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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멈추지 않는 성장의 비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DB하이텍이 2021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꾸준히 이어온 기술 개발과 투자가 시장 호황과 맞물려 맺은 결실로 풀이된다. DB하이텍은 라인이 풀가동 중인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팹리스 기업에 MPW 라인을 추가 할당하기도 했다. DB하이텍을 찾아 최근 반도체 업계와의 상생 행보와 향후 성장 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불운과 험로 헤쳐온 반도체 사업

▲1990년대 후반 충북 음성 공장 건설 장면

 

1983년 당시 DB그룹은 미래 첨단산업인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여 일본, 중국과 경쟁하겠다는 큰 꿈을 그리고 미국 몬산토와 합작해 국내 최초로 실리콘웨이퍼 생산에 들어갔다. 1992년 세계 두 번째로 반도체 소재인 '고순도다결정 실리콘'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1997년 IBM과 제휴해 256메가 D램 생산을 목표로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했지만, 그해 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충북 음성에 신축하고 있던 반도체 공장 건설은 중단되고 말았다.

 

DB그룹이 사업 방향을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서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으로 바꾼 것도 이즈음이다. 일본 도시바에서 130, 150나노 공정 기술을 이전 받아 2001년 4월부터 파운드리 생산에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9월 미국 9·11 테러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 시기에 세계 반도체 산업은 최악의 불황기를 겪었다.

 

2002년 DB그룹은 아남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을 재정비했다. 기술장벽이 높은 데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은 반도체 사업 특성상 적자가 누적되었지만,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2009년 사재 3,500억원을 출연하는 등 전사적인 노력을 통해 미래를 향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2021년 사상 첫 연 매출 1조 돌파

 

꾸준한 기술 개발과 투자가 결실을 맺으면서 파운드리 사업 추진 13년 만인 지난 2014년 DB하이텍은 매출 5677억원, 영업이익 455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호실적을 이어가며 성장을 거듭한 DB하이텍은 흑자 폭이 점점 커지면서 현재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10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시가총액은 3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리고 2021년 마침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DB하이텍의 공시에 따르면 2021년 매출은 1조2,147억원, 영업이익은 3,991억원 수준이다. 2020년에 비해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67% 증가한 호실적이다. DB하이텍은 지난 3분기까지 매출 8,468억원, 영업이익은 2,610억원을 기록하며 2020년 영업이익 수준을 넘어선 바 있다.

 

DB하이텍은 “그 동안 지속적으로 준비해 온 공정과 제품들이 시장 호황기를 맞아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견조한 고객 수요를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였고 출하량도 증가한 동시에 전력반도체와 센서 등 고부가제품 매출이 늘어난 것이 실적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 “라고 말했다.

 

 

DB하이텍은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미디어텍, LX세미콘, 실리콘마이터스 등의 고객사로부터 전력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이미지센서(CIS) 등을 주문 받아 생산한다.

 

DB하이텍의 도약에는 어려운 시기에도 꾸준히 개발, 발전시켜온 기술 경쟁력이 크게 기여했다. 2008년 업계 최초로 0.18미크론급 복합전압소자(BCDMOS) 공정개발에 성공했고, 2010년에는 아날로그반도체 특화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2년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 기술로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 사업에 진출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작년 DB하이텍의 영업이익률은 33%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상위사들이 게임과 바이오에 집중돼 있고, 통상적으로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수익성면에서 단연 돋보인다. 코로나19 쇼크로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다른 제조업과 달리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중심으로 한 DB하이텍의 제조 경쟁력을 가장 큰 강점으로 꼽고 있다. 파운드리 절대강자인 대만 TSMC 등이 12인치 웨이퍼를 이용해 대형 고객을 상대로 5G 통신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그래픽칩 등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반면, DB하이텍은 인치 웨이퍼로 중소형 업체들을 대상으로 전력반도체(PMIC), 카메라이미지센서(CIS) 등을 공급하고 있다. 중소고객에게 최고의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를 적기에 생산해주는 ‘고객별 맞춤형 생산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8인치 파운드리 호황으로 DB하이텍은 이미 올해 파운드리 수주 물량을 모두 확보한 상태다. 2021년 3분기 말 기준 DB하이텍의 수주 잔액이 8,208만달러, 981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0% 정도 증가했다. 현재 경기 부천과 충북 음성에 있는 2개 공장 모두 풀가동 하고 있으며, 2021년 월 14만장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한 데 이어 올해에도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다.

 

팹리스 기업 구원투수로 나선 DB하이텍

▲DB하이텍 부천 팹 연구원 모습

 

이 같은 초유의 시스템 반도체 수요 폭증은 반도체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파운드리 양산 라인이 풀가동 되면서 국내 파운드리 기업들이 잇달아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MPW) 라인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고,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MPW 활용 기회가 줄어든 팹리스 기업은 연구개발(R&D) 로드맵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DB하이텍은 오히려 MPW 서비스를 당초 계획보다 20%가량 확대할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모은다. 2021년에 이어 올해도 급증하는 반도체 제품 개발을 돕기 위해 추가 수요를 받기로 한 것이다. DB하이텍이 2022년 계획한 MPW 서비스는 총 26회로 이중 20% 정도를 비정기적으로 추가 가동할 계획이다.

 

▲DB하이텍의 2022년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 일정

 

DB하이텍의 결정은 반도체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파운드리 양산 라인이 풀가동 중인 상황에서 수익성이 높지 않은 MPW 라인을 추가 할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DB하이텍이 MPW 요청을 추가로 받아 MPW 라인을 할당하는 것은 팹리스 고객사들이 시장에 적기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특히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직접 팹리스와의 상생 협력 방안으로 MPW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DB하이텍은 국내 첫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으로 그동안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MPW는 한 장의 웨이퍼에 여러 반도체 제품을 제조하는 공정으로 팹리스들이 효율적으로 신제품 개발을 하는 데에 꼭 필요하다. DB하이텍은 “MPW를 기존 계획보다 확대해 팹리스들을 지원하고 상생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라고 설명했다.

 

실제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가 2022년 국내 팹리스 72개사 대상으로 MPW 수요를 조사한 결과, DB하이텍을 이용하려는 팹리스는 2021년 보다 2.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DB하이텍의 향후 성장 전략

▲DB하이텍 상우공장

 

향후 전기차, 메타버스 등 신규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반도체 제품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으로 특히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DB하이텍은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제품과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DB하이텍은 “앞으로 전력반도체에 대한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전력반도체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여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해 나가겠다.”며, “특화 센서, OLED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다양한 제품과 공정을 확대하여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라고 말했다.

 

2022년에도 웨어러블, 사물인터넷 등 신규 수요 확대 영향으로 8인치 파운드리 호황이 장기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시설 효율화로 생산량을 극대화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성장을 노리는 DB하이텍의 성장세가 2022년 한 단계 더 도약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