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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 자연을 모두 담은 풍성한 보양식, 해신탕 만들기

며칠 전 동창 친구들이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에 왁자지껄하게 모여서 한 잔 마시고 있는 몇 해 전의 사진들이 올라왔어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얼굴들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그때의 소란스러움이 떠올라 그립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모습이 오히려 상상되질 않네요. 팬데믹이 끝나도 지하철에 탈 때면 마스크를 써야 할 것 같은 불안함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고요.

 

사실 기관지염과 비염을 달고 사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마스크가 일상생활에 꽤 도움이 됩니다. 코로나19를 피하려고 뒤집어쓴 마스크가 다른 잔병을 막아준 셈이죠. 그러고 보니 우리는 각자의 면역력을 사수하기 위해 저마다 필사의 노력을 하며 코로나19와 몸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마음에는 불안함과 외로움 같은 것이 자리 잡지는 않았나 걱정이 됩니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웅크렸던 몸을 펴면서 우리의 마음도 조금 환한 곳으로 이끌어 줄 흥겨운 음식 하나를 소개해 볼게요.

 

글_김민경(푸드 칼럼니스트)

 

# 해신탕 레시피

깊이도 있으며, 넙데데한 냄비에 온갖 먹음직하고 큼직한 것들을 넘치게 채워 식탁에 올라오는 요리가 해신탕입니다. 통닭과 전복, 낙지와 새우 그리고 여러 가지 채소를 한꺼번에 부글부글 끓여 푹 익혀 먹습니다. 먼저 익기 시작하는 해산물부터 손질한 후 배추, 무, 양파, 버섯 등을 넣어줍니다. 닭고기가 푹 익으면 건져서 먹기 좋게 살을 발라 나누어 먹습니다. 국물은 끓이는 중에 조금씩 개인 그릇에 덜어 먹어요. 닭고기를 먹을 때쯤 국물 맛은 절정에 이르는데요. 해신탕은 맵거나 짜거나 얼큰하게 간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연의 산물을 넣고 푹 고아 스스로 맛이 완성되어 가게 두는 것이죠. 먹을수록 농후하고, 진한 맛이 나는 백미가 있답니다.

 

# 해신탕 재료

육고기

해신탕에는 공식이 없습니다. 굳이 꼽으라면 육지와 바다의 산물을 섞는 것 정도랄까요. 일반적인 것이 닭고기, 전복, 낙지입니다. 닭고기 대신 오리고기, 소갈비 등을 넣기도 합니다. 집에서 해 먹는다면 닭고기, 오리고기, 소갈비는 초벌 조리를 하는 게 좋습니다.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기름기가 많으니 끓는 물에 넣고 튀기듯 잠깐 데쳐 냅니다. 그다음에 한 번 푹 삶아 그 국물로 해신탕을 만듭니다. 이때 입맛에 맞는다면 삼계탕처럼 한약재를 같이 넣어 국물을 만들어도 좋아요. 소갈비는 찬물에 담가 핏물을 충분히 뺀 다음에 살짝 데쳐 내기만 하면 됩니다.

 

해산물

해산물은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준비할 수 있겠죠. 국물 맛을 좋게 해주는 바지락이나 홍합, 먹을 것이 많고 보기에 좋은 키조개, 가리비, 새조개, 백합 등을 섞어 준비해 봅니다. 낙지의 친구들인 주꾸미와 문어 그리고 오징어, 갑오징어를 넣을 수 있죠. 새우도 통통한 중하나 대하를 준비하면서 국물 맛을 시원하게 해줄 잔 새우를 조금 넣어도 좋습니다. 구할 수 있다면 꽃게나 소라 같은 것도 해신탕에 곁들여요. 요즘에는 바닷가재를 넣기도 하거든요. 바닷가재가 올라간 해신탕이라니 맛도 좋아지겠지만 보는 재미가 쏠쏠하겠어요.

 

채소

채소는 배추, 무, 양파, 다양한 종류의 버섯이 주로 들어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청경채와 숙주 등을 준비해 샤브샤브처럼 국물에 넣어 바로 데쳐 먹기도 하는데요. 오래 끓여서 국물 맛에 깊이를 주는 채소도 좋지만, 살짝 익혀 건져 먹을 수 있는 것들도 준비해 보세요. 향긋함을 좋아한다면 미나리, 부추, 실파 등도 아주 잘 어울리는 해신탕 재료입니다. 특히, 고기를 드실 때 같이 얹어 먹기에 좋아요.

 

# 해신탕 꿀팁

해신탕 국물을 넉넉하게 준비했다면 작은 주머니에 찹쌀을 넣고 함께 익혀 죽처럼 즐길 수 있습니다. 날이 조금 풀렸을 때 해신탕을 먹는다면 녹두를 넣어도 아주 좋죠. 밥이 진국을 쪽쪽 빨아들여 제 몸을 불리며 찰지고, 점점 맛있어지거든요. 그 외에도 물만두, 칼국수 등을 넣고 익혀 먹기도 합니다. 해신탕 냄비가 식탁에 올려질 때는 모두가 ‘우와!’하면서 ‘이걸 누가 다 먹나’ 싶지만 결국 빈 냄비만 남게 되는 것 역시 해신탕의 진면목입니다.

# 해신탕 밀키트

해신탕 재료는 밀키트로 판매되는 것들이 꽤 다양합니다. 판매자마다 조금씩 다른 구성을 선보여 골라 먹는 재미가 있죠. 재료가 손질된 정도도 조금씩 다릅니다.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초벌로 익혀 육수와 보내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생닭에 한방 재료를 함께 넣어 주는 곳도 있으니 참고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해신탕이 우리에게 주는 맛은 건강함과 다채로움도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는 돈독함이 으뜸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맛 좋은 해신탕도 혼자 끓여 먹는다면 열흘을 먹어도 넘칠 것 같지만, 여러 명이 웃으며 같이 먹는다면 아무리 많은 해신탕도 후루룩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봄기운이 찾아오는 이때 우리의 몸과 마음을 활짝 펼쳐 후덕한 해신탕 한 그릇 준비해, 나눠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