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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농업인의 날, 농산물로 만들어 먹는 간식

여러분들은 11월 11일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세대별로 다르지만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는 ‘빼빼로’가 떠오를 거예요. 초콜릿을 입힌 길고 가는 막대 과자로부터 시작된 기발한 기념일이죠. 유례가 없던 특정 브랜드 과자의 날이 이제는 K-Food라는 흐름을 타고 외국에까지 스며든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빼빼로데이보다 더욱 특별한 기념일이 있답니다.

 

11월 11일은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수많은 농산물을 키우고 수확하고, 농업 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이 땅의 농업인들을 떠올려보는 농업인의 날입니다. 매일 마시는 공기처럼 늘 가까이, 당연하게 있어 우리는 종종 농산물의 소중함을 잊곤 하죠. 오늘부터 11월 11일은 우리에게 결코 없어서는 안 되는 곡식, 과일, 채소들의 날이기도 하다는 걸 기억해두면 어떨까요?

글_김민경(푸드 칼럼니스트)



모두가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아주 오랫동안 농업의 나라였습니다. 현재 우리가 먹는 주식 역시 농업의 산물이고요. 농업의 날(당시 권농일)은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6월 14일이었고, 해방 후 6월 15일이었다가 모내기 적기인 6월 1일로 옮겨졌습니다. 1973년에는 어민의 날, 권농의 날, 목초의 날을 모두 합쳐 5월의 네 번째 화요일로 지정했었죠. 그러다가 1997년부터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딱 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11월 11일이었을까요? 모내기 혹은 추수와 상관없는 날 같은데 말이죠.

 

‘농민은 흙에서 나와 흙을 벗 삼아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 이 문장에 그 답이 있어요. 흙을 뜻하는 한자어는 흙 토(土)입니다. 이 글자를 분해하면 열 십(十)자와 한 일(一)자로 나누어지며 십일(十一), 11이 됩니다. 그래서 11월 11일이 농민의 날이 되었고,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쌀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같은 날을 ‘가래떡 데이’로 정했습니다. 가래떡은 길고 희고 순한 떡가래처럼 무탈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죽죽 늘어나는 성질처럼 재산도 죽죽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 등을 전하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가래떡 데이는 2006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지 않는 농업인의 날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우리가 농업인의 날, 가래떡 데이를 마음에 새기고, 기억하는 방법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맛있는 걸 즐기는 일이 아닐까요? 따끈한 떡은 그냥 한입 두입 먹기만 해도 맛있지만 조금만 손길을 더하면 근사한 간식을 만들어 볼 수 있어요. 가래떡, 절편, 인절미, 증편 무엇이든 떡은 구우면 ‘겉바속쫄’의 매력적인 식감을 선사합니다. 아무것도 두르지 않은 팬, 에어프라이어, 캠핑장 화로, 낮은 온도의 오븐, 조그마한 그릴 등 어디에나 구울 수 있어요.

 

구운 떡에 설탕은 기본이고, 시나몬 파우더, 초콜릿 가루, 꿀, 초콜릿 시럽, 과일시럽, 다진 견과류, 마른 과일, 바나나처럼 물기 적은 과일 등 가족 입맛에 맞는 재밌고 맛있는 토핑을 곁들여 보세요. 최근에는 와플 팬을 가진 집이 많죠. 팬에 냉동 떡을 놓고 살짝 눌러먹어도 되고, 기름을 바른 팬에 실온의 떡을 모양내어 구워내도 좋죠. 달콤하고 부드러운 생크림과 과일 몇 쪽 곁들이면 카페 디저트 부럽지 않겠죠?

 

떡은 주로 쌀로 만들죠. 요즘에는 굉장히 다양한 쌀을 만날 수 있어요. 색깔도 흰색, 검은색, 붉은색, 녹색, 보라색, 연갈색으로 다채롭고, 기능도 가지각색이에요. 아이들이 먹으면 성장에 도움을 주는 쌀, 냄비 밥이나 돌솥 밥을 지으면 맛있는 쌀, 초밥처럼 고슬고슬한 요리에 어울리는 쌀, 현미이지만 부드러운 것 등이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최근에는 쌀가루나 밀가루가 아닌 밥을 지어먹는 쌀을 가지고 집에서 빵, 케이크, 팬케이크, 과자 등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합니다. 쌀을 충분히 불려, 물과 함께 크림처럼 곱게 간 다음 발효를 거쳐 오븐에 굽는 방법이죠. 이 외에도 쌀 자체를 볶아 과자처럼 만들어 즐기기도 하고, 쫀득한 맛이 나도록 설 익혀서 푸딩이나 디저트로 변신시키는 방법도 있죠.

 

지금 한창인 과일은 농후한 단맛이 아주 좋죠. 사과, 감, 밤으로는 잼을 만들어 즐기면 아주 맛있는데, 조금 특별하게 만들고 싶다면 덩어리를 크게 썰어 설탕에 조려보세요. 과육이 살아 있어 한결 풍미가 좋아진답니다. 홍시가 있다면 속만 파내어 우유나 생크림을 섞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고, 젤라틴과 끓여 젤리를 만들 수 있어요.

 

홍시 자체의 부드러움과 단맛이 좋아 솜씨가 부족해도 맛은 최고랍니다. 달콤한 고구마는 맛있게 찐 다음 길게 썰어 말리면 그대로 간식이 되고, 단호박은 반달 모양처럼 도톰하게 토막 내어 씨를 빼고 올리브 오일을 살짝 뿌려 오븐에 구워도 맛있어요. 먹을 때는 꿀을 곁들이거나 크림치즈를 얹어 보세요.

 

이제 곧 향긋하고 다양한 시트러스 종류가 우리 식탁에 도착하죠. 껍질까지 깨끗이 씻어 잘게 썰어 마멀레이드를 만들고, 껍질이 억센 것은 가늘게 썰어 청을 담가요. 모양을 예쁘게 썰어서 식품 건조기나, 낮은 온도의 오븐에 넣고 바싹하게 말려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허브차를 마실 때 동동 띄워 내거나, 디저트에 툭 꽂아 내면 꽤 근사하고 풍미도 더하죠. 조금 시들한 과일은 즙을 내어 조린 다음 구운 돼지고기나, 오리고기에 곁들여도 좋고요.

 

우리는 농산물을 돈을 주고 구입하지만 농산물이 우리에게 주는 건 화폐 그 이상인 것 같습니다. 생명을 먹고 생명이 자라는 아름다운 순환이니까요. 우리 손으로 마련한 자그마한 먹을거리가 서로의 마음과 몸과 추억 속에 새겨지는 일도 포함해서 말이죠.



11월 11일은 보행자의 날이기도 합니다. 환경을 아끼고,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걷는 날로 지정했다고 해요. 잘 자란 식재료로 만든 좋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 다정한 사람과 실컷 걸어보는 가을날의 추억을 우리 함께 만들어 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