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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면 맛이 꽉 차는 굴과 홍합

글 ㅣ 장준우 쉐프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이다. 지금이야 생산·보관기술이 워낙 발달해 겨울철 먹을거리가 부족해지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기 전 인류는 가을철에 수확한 농산물을 잘 저장해 두었다가 매서운 겨울 한 철을 버텨왔다. 염장, 건조, 발효 등의 저장 기술은 겨울철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가을철 농산물이 유독 풍성한 이유는 혹독한 겨울을 잘 버티라는 자연의 배려인 셈이다.


가을에 해산물을 먹어야 하는 이유


온 강산의 열매와 씨앗이 무르익는 가을, 자연의 배려는 땅 위뿐만 아니라 바닷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식도락가에게 쌀쌀해지는 날씨는 군침을 돌게 하는 반가운 신호다. 가을날에는 사람과 말만 살이 찌는 게 아니라 바닷 속 해산물들도 살이 찌기 시작한다. 가을은 물고기들이 차가운 수온에 적응하기 위해 몸속에 지방을 축적하고, 산란기가 끝난 뒤 다시 몸 다지기에 나서는 때다. 해산물은 산란기인 여름철에는 맛도 없을뿐더러 식중독을 일으키는 독성을 갖고 있다. 덕분에 많은 해산물은 요맘때 제철을 맞지만 그중에서도 어패류, 굴과 홍합의 맛이 꽉 차기 시작한다.


어패류는 영어로 쉘 피시(Shell fish)라고 통칭한다. 단단한 껍질을 가진 조개류나 갑각류를 의미하는데, 굴과 홍합은 연체동물에 속한다. 음식 과학자 해롤드 맥기는 이 바닷 속 연체동물을 일컬어 "우리가 먹는 동물 가운데 가장 다양하고 이상하게 생겼다"고 표현했다. 어패류는 물컹하고 미끈거리는 몸체와 이를 껍질과 연결해 주는 근육인 패각근, 그리고 내장으로 구성됐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굴이다.


생긴 모습이야 어찌 됐든 굴과 홍합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바다가 인접해있는 전 세계에서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식재료다. 각지의 해안선마다 굴 껍데기나 홍합 껍데기 더미가 분포해있는 것으로 보건대, 우리가 바닷가에서 조개구이를 즐기듯 오래전 해안가에서도 굴과 홍합으로 만찬을 즐겼으리라 추측된다.



같은 어패류라도 다 같은 맛은 아니다!


굴과 홍합은 날로 먹어도 익혀 먹어도 좋지만 날 것으로 먹을 때 맛이 가장 좋다. 복잡 미묘한 풍미를 내는 성분들이 열을 가하면 일부 사라지거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형태로 변형되기 때문이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일부 지역에서는 신선한 홍합을 날로 먹기도 한다. 날로 먹었을 때의 홍합은 짜릿한 바닷물과 더해져 깊은 단맛과 감칠맛을 선사한다. 열을 가해 먹을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풍미가 느껴진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홍합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호사다.


바닷물이 짤수록 어패류의 맛은 좋아진다. 굴과 홍합은 바깥의 염도와 균형을 잡기 위해 몸속에 아미노산을 축적한다. 염도가 높을수록 삼투압을 유지할 수 있는 아미노산이 많이 필요해지는 데 체내 아미노산이 풍부할수록 달고 깊은 맛(감칠맛)이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깊은 맛을 내기 위해 국물에 말린 조개나 가리비 등 어패류를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먹이를 먹느냐에 따라 맛의 차이도 생긴다. 서해에서 나는 굴과 남해에서 나는 굴은 맛과 풍미가 다르다. 남해 굴은 서해 굴에 비해 몸집이 큰 대신 강한 맛은 덜하다. 서해 굴이 작고 옹골찬 느낌이라면 남해 굴은 크고 부드럽고 연하다. 또 아시아 굴 쪽이 싱그러운 오이향, 해조류 향이 지배적이라면 유럽의 굴은 금속 맛이 약하게 느껴진다. 개체에 따라, 먹는 시기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른 굴을 맛보는 것도 식도락의 즐거움 중 하나다.



굴과 홍합을 즐기는 최상의 방법


유럽에서는 굴과 홍합을 어떻게 먹을까. 홍합으로 유명한 곳은 벨기에다. 살이 튼실하게 찬 홍합을 화이트 와인과 다진 샬롯, 허브 등을 넣고 통째로 가볍게 쪄낸 홍합찜이 대표적이다.


홍합요리는 벨기에뿐만 아니라 프랑스 북부지역에서도 즐겨 먹는다. 우리와 다른 점은 홍합찜에 감자튀김을 곁들여 먹는다는 정도랄까. 바다의 풍미를 한껏 안은, 부드럽고 단맛이 나는 홍합과 짭조름하고 바삭한 감자튀김은 의외로 궁합이 좋다. 여기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조합이다. 지중해 쪽으로 가면 가볍게 올리브유를 두르고 데치거나 볶은 요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이탈리아 남부 지역의 홍합 파스타는 바지락 조개로 만든 봉골레 파스타보다 훨씬 깊고 진한 풍미를 선사한다.


 


굴 양식을 19세기에 처음으로 시작한 프랑스는 오늘날 매년 15만 톤의 굴을 생산한다. 굴 하면 자연스럽게 프랑스를 연상시킬 정도로 프랑스의 굴은 품질이 좋다. 날 것을 잘 먹지 않는 유럽 사람들이지만 굴만은 예외다. 싱싱한 굴 위에 레몬을 살짝 뿌려 먹으면 굴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와인과 함께 먹는 굴, 홍합요리는 이 시기에만 맛 볼 수 있는 호사 중의 호사다.


한국에서도 굴은 특유의 풍미를 자랑하는 별미로 손꼽힌다. 굴과에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참굴, 벚굴 등을 먹는다. 가장 흔한 참굴은 빛깔이 밝고 광택이 나는 것으로 골라 신선할 때 먹는 것이 가장 좋다. 강 하구의 바위나 암석에 붙어 자라는 벚굴은 바다에서 난 굴에 비해 비린 맛이 적고 짜지 않아 식재료로 인기가 높다. 초장, 마늘, 묵은지 등을 곁들여 생으로 먹어도 좋고 구이, 튀김, 죽, 전 등으로 다양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다. 그 외에도 굴은 국, 찜, 무침, 리소토 등 수많은 요리로 재탄생한다. 어떤 요리에도 잘 어울리는 굴. 입 안 가득 퍼지는 제철 생굴의 풍미를 느껴보고 싶다면 오늘 당장 마트로 달려가자.


[가을·겨울철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추천 식당]

서촌계단집

싱싱한 제철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유명 식당

주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길 15

대표 메뉴: 통영생굴회, 벌교왕꼬막, 해물라면

전화번호 : 02-737-8412


몽고네

해산물을 활용한 이탈리안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집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 53

대표 메뉴 : 봉골레 파스타, 해산물 샐러드

전화번호 : 02-336-6808


아쿠아리오

싱싱한 해산물과 와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주소 :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7길 20

대표 메뉴 : 해산물 모둠, 씨푸드타워

전화번호 : 02-6203-4661


공덕 남해바다

싱싱한 회를 맛보고 싶을 때 추천하는 식당

주소 : 서울 마포구 토정로37길 46 정우맨션

대표 메뉴 : 민어회, 민어탕, 장어구이

전화번호 : 02-707-3101


본문에 소개된 맛집 정보

  

   맛집 정보

     1.   서촌계단집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길 15 / 02-737-8412

     2.   몽고네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1가길 53 / 02-336-6808

     3.   아쿠아리오 :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7길 20 / 02-6203-4661

     4.   공덕 남해바다 : 주소 : 서울 마포구 토정로37길 46 정우맨션 / 02-707-3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