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이 침대로, 안경이 자전거로 변신하는 미니어처 전시 타나카 타츠야 <MINIATURE LIFE : MITATE MIND >

작은 세상 속에서는 아이스크림콘이 신부의 웨딩드레스가 되기도 하고, 안경이 자전거로 변하기도 합니다. 브로콜리가 커다란 나무가 되기도 하는데요. 2021년 서울과 부산을 휩쓸었던 화제의 전시 <미니어처 라이프>의 새로운 시리즈, 미니어처 아티스트 타나카 타츠야의 전시입니다.

 

1일 1작을 원칙으로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그의 신작들을 전 세계 최초로 만나볼 수 있는 전시로 HOME, FORM, COLOR, SCALE, MOTION, LIFE, WORLD 7개 테마를 주제로 한 200여 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DB그룹 트렌드 리포트에서도 한 번 소개해 드렸던 적이 있는 타나카 타츠야의 미니어처 라이프 전, 새로운 시리즈를 보기 위해 다시 한번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세상을 조금 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신기한 경험, 함께 시작해 볼까요?

 

껌이 침대로, 안경이 자전거로 변하는 계속 보고 싶은 미니어처 전시

# 타나카 타츠야 [미니어처 라이프 : 미타테 마인드]

• 일정 : 24.03.02 – 24.06.10

• 위치 :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10 IFC몰 L3층 MPX 갤러리

• 운영 : 11:00-21:00 (입장 마감 20:00, 공휴일 정상개관)

• 티켓 : 성인 18,000원 / 18세 미만 10,000원

 

‘미타테 마인드’ 이번 전시의 주제인 ‘미타테’라는 단어는 일본어로 ‘보다’(見る,미루)와 ‘세우다’, ‘짓다’(立てる, 다테루)를 이용한 합성어로 익숙한 사물을 새롭게 보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대상을 다른 것에 빗대어 비유하는 것, 보고 좋은 것을 선택해 결정하는 것이라는 뜻을 담았다고 하는데요.

 

같은 사물과 현상을 비틀어 보고 뒤집어 보는 여러 가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전시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특히 타나카 타츠야의 미니어처 전시는 작품의 이름에 이중적인 의미를 담는 경우가 많아 제목과 작품 설명을 꼭 함께 보실 때 관람의 재미를 배로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타나카 타츠야는 1981년 구마모토현 출생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들을 이용해 새로운 미니어처 세계로 만들어 냅니다. 2011년, “MINIATURE CALENDER”를 시작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작품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발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데요. 1일 1작이 원칙인 만큼 잠깐 떠오르는 아이디어도 잊지 않습니다. 그의 아이디어 정리 비결로는 떠오르는 순간 잊지 않도록, ‘브로콜리로 나무’, ‘팝콘으로 구름’ 과같이 한 줄짜리 간단한 메모를 해두어 관리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출장을 가야 한다거나 컨디션이 좋을 때에는 3-4개의 작품을 촬영해 세이브 작품을 만들어 두기도 한다고 합니다.

# 01_전시회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매력 포인트

실제로 촬영에 쓰인 미니어처의 실물이 궁금하다면 캔버스의 위 아래, 빈 곳에 주목!

타나카 츠타야의 작품들은 워낙 주목을 많이 받아 인터넷으로도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지만, 이렇게 전시에 와서야 만 보이는 매력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실제 작품 촬영에 쓰인 미니어처들이 작품의 아래에 깨알같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어 실제로 얼마나 작은 사이즈인지 디테일한 작업 과정을 상상해 보게 합니다.

▲ 아이폰 후로(フロ,’후로’ 는 일본어로 목욕을 뜻합니다)

아이폰의 카메라 렌즈가 목욕탕이 될 정도의 사이즈라면? 비행기에 앉아 있는 승객들이 사실은 아이폰의 화면 속에 모두 담길 정도의 규모라면? 미니어처로 이루어진 작품들의 세상은 얼마나 조그마한지 짐작이 가시나요? 타나카 츠타야의 미니어처 작품의 매력은 단지 조그마한 사이즈로 만드는 것이 끝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너무나 익숙해 우리 모두가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사물들이 함께 등장해 평소와는 다른 사이즈감과 사용방법으로 등장한다는 것에서 흥미로움을 자아냅니다.

▲ 대파 과녁 (ネギ‘네기’는 일본어로 ‘파’를 의미합니다.)

# 02_전시회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매력 포인트, 나만의 구도로 찍어 보는 미니어처, 나도 이제 미타테마인드!

[미니어처라이프 : 미타테마인드] 전시의 소소한 재미 중 하나죠. 실제 작업에 쓰인 디스플레이 그대로 전시장에 진열되어 있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아이데이션을 하고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끝이 아니죠, 익숙한 작품들을 낯선 감각으로 담아내기 위해 딱 알맞은 각도를 찾아보세요.

 

타나카 타츠야가 진열하고 촬영한 구도로 직접 내 카메라에 담아 보는 것도, 나만의 구도를 찾아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는 것도 전시회의 묘미 중 하나입니다.

▲ 니트 평야에서 ‘미트(meet)’

파도 속에서 서핑을 즐기는 것 같은 사진, 알고 보니 여러 겹으로 겹친 옷걸이의 일부분을 확대한 사진입니다. 수확을 앞둔 밭 앞에서의 한때를 담은 듯한 사진, 부직포나 털실과 같은 천의 한 조각인 줄 알았는데 구현해 놓은 작품을 보니 니트의 한 부분입니다. 광활한 밭처럼 보이는 밀밭은 사실 광각렌즈를 사용해 원근감을 극대화 한 결과인데요.

 

넓은 밭의 뒤편에 보이는 헛간은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까이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미니어처를 만들고, 작품을 작가의 의도를 보여줄 수 있는 구도로 촬영하는 것까지가 작품의 완성인 이유죠. 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구현된 작품들 덕분에 이러한 한 끗 차이를 실감 나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도 전시장에 직접 와서 관람해야 알 수 있는 매력 포인트입니다.

▲ 안경쓰-GO

# 03_전시회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매력 포인트, 직접 되어 보는 미니어처. 소인국에 온 거인이 된 기분! 이색 포토존

작품을 눈으로 감상하고 직접 내 카메라로 촬영하며 나만의 구도를 만들어 보았다면 이제 미니어처가 되어 볼 차례입니다. 사진처럼 안경 모양 자전거를 타고, 빵으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아 보세요.

 

여느 전시에나 작품과 어우러질 수 있는 포토존이 있지만, [미니어 라이프 : 미타테 마인드] 의 포토존은 작품 속의 내가 되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포토존까지 특별합니다.

수확한 옥수수 알갱이가 예쁜 미니 백으로 변신하는데요? 가방을 직접 들고 연출 사진을 찍어 보세요. 가방을 드는 순간 옥수수알만큼 작은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어요. 홍보 사진에서 많이 보인 이번 전시의 대표 미니어처 작품들이 사람의 사이즈로 크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 오늘 하루도 껌이지!

# HOME. 일상에서부터 생각하다

‘미타테’는 ‘흉내 내기’와 비슷합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것으로 변환해야 재미가 전달되죠. 따라서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알 수 있는 모티브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가장 쉬운 공통사는 바로 ‘의식주’가 아닐까요? 우리 집안의 익숙한 것들을 이용한 미타테 들에서 발견한 아이디어들로 전시가 시작됩니다.

 

△ 오늘 하루도 껌이지! 일본어로 ‘껌’을 뜻하는 ‘(ガム )가무’와 ‘힘내다’ 를 뜻 하는 ‘(力を入れる )간바로우’’의 비슷한 발음을 활용한 언어유희로 작품을 만들었답니다. 자세히 보면 침대가 껌으로 만들어져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주방으로 들어가 볼까요? 강판은 주방장의 강력한 화구가 있는 주방으로 변신하고, 칫솔모가 파스타 면으로 둔갑합니다. 역시 곳곳에 숨어 있는 주방장의 냄비와 달걀 후라이를 하고 있는 요리사를 작품의 모서리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  몸이 쑤실 땐 이쑤시개 사우나.

욕실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에서도 재미있는 발상은 이어집니다. △ 일상의 피로를 ‘풀장~’ 칫솔이 샤워기가 되고 핸드 비누가 다이빙대로 변신합니다. △ 영원히 식지 않는 목욕탕 일본어로 ‘혼욕’을 뜻하는 ‘콘요쿠’와 ‘약혼’을 뜻하는 ‘콘야쿠’의 비슷한 발음을 언어유희로 사용했습니다. 나이가 든 노부부가 함께 수다를 떨며 목욕을 하는 모습이 마치 세월이 흘러도 둘 사이의 사랑이 변치 않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 같지 않나요?

 

# FORM : 모양으로부터 생각하다

타나카 타츠야의 아이디어들은 어렵지 않습니다.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모양을 단순화하여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하는데요. 사각형 위에 삼각형을 올리면 집이 완성되는 것처럼 삼각형 모양의 물건을 찾아 주먹밥을 떠올리고, 지붕이 주먹밥으로 되어 있는 집을 상상합니다. 예를 들어 행성을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면 ‘행성은 둥글다’ – 둥근 물건은 ‘볼’, ‘빵’, ‘실뭉치’ 처럼 형태적인 것에서 떠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말이죠.

클립과 호치케스의 심이 헬스장 머신으로 변신했습니다. 클립의 양 날개의 각도에 따라 정말 헬스클럽의 머신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끝이 뾰족한 삼각형 모양의 산을 샌드위치로 대체해 버리기도 합니다. △이 밤의 끝을 ‘잡고’ 흔히 ‘텐트’라고 하면 삼각형의 모양을 떠올릴 수 있는데요. 이 모양을 빨래집게로 대체해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제목 역시 작품과 연관 있게 이름 붙였는데요. 마치 빨래집게로 무언가 잡아두듯 이 밤의 끝을 잡아두고 싶은 순간이 떠오르네요.

# COLOR : 색으로부터 생각하다

녹색 스웨터가 녹색 들판이 되고, 브로컬리가 나무로 변신합니다. 사물의 외형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 중 하나는 ‘색’으로 단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는데요. ‘바다’라고 한다면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색이 푸른 색인 것을 이용해 푸른 색의 사물 ‘청바지’ 와 같이 연상되는 푸른색 아이템을 이용해 ‘바다’를 연출하는 것이지요.

 

간단하게 컬러에 피규어 하나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습니다. 파란색에 배 모양의 피규어를 올려 둔다면 ‘바다’로 변신하고, 노란색 위에 낙타를 올려두니 한순간에 사막으로 변신합니다.

 

# SCALE : 스케일을 바꾸다

같은 모티브라도 크기의 기준을 바꾸면 느낌이 확 달라지는데요. 도표로 나타낸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무궁무진한 조합이 생겨납니다. 예로 스테이플러 심은 1/24 스케일로 구성하면 서류뭉치로 보이지만 1/2500 스케일로 구성하면 빌딩으로 보입니다. 같은 재료라도 피규어의 사이즈를 달리하면 그 주제가 확 바뀐다는 것이 재미있답니다. 이파리 한 장이 항공에서 내려다 본 바다 위 떠 있는 작은 섬이 되기도 하고, 테이프 컷터가 이파리 위 달팽이 모녀로 변하기도 하죠.

# MOTION : 움직임과 변화로부터 생각하다

요즘 시대에 맞게 작품 표현의 방식도 변화하는데요. 작가는 시간의 변화를 한 장의 멈춰 있는 이미지에 담기 위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영상으로 담을 수 있는 시대이니까요! 비행 짐을 기다리는 컨베이어 벨트가 회전 초밥처럼 표현되기도 하고, 스크롤 하는 핸드폰 위로 달리는 여자는 마치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것 같습니다.

 

# LIFE : 살아있는 것으로 바꾸다

토이스토리를 좋아하시나요? 우리가 먹고 마시고 쓰는 음식과 생활용품들이 사실은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면? 아이디어의 발상은 무궁무진합니다. 스시가 사람이라면? 밥 위에 올라갈 스시 종류를 조금 더 신중히 골라가며 피팅 해 볼 것 같다는 생각, 너무 재미있는데요. 이 역시도 미타테 방법 중 하나입니다. 사물을 의인화하여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미타테가 될 수 있습니다.

# WORLD : 세계 공통의 것으로부터 생각하다

"It’s a small world"

다양성의 시대로 불리는 요즘, 서로의 ‘차이’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만 사람마다 다른 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찾는 것을 더 즐기는 편이라고 말하는데요. 지구온난화, 코로나와 같은 자연적인 현상 앞에서 우리 모두는 이 지구상에 사는 인간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답니다. 녹아져 내리는 빙하와 코로나의 상징과 같은 마스크로 연출한 작품에서는 잠시 멈추어 생각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시를 마치고 나면 으레 굿즈들로 엽서를 한 장씩은 챙겨서 가게 되는데요. 미니어처라이프 전시에서는 소장욕을 불러 일으키는 귀여운 미니어처 작품들의 엽서가 한층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이즈의 포스터와 엽서, 그리고 미니 자석까지 귀여워 한참을 고르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전시가 오픈하고 정말 많은 관람객이 몰리고 있는 초반이다 보니 웨이팅이 30분에서 1시간까지도 길어질 수 있는데요. 혹시나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면, 먼저 아트샵을 먼저 둘러 보세요. 웨이팅 시간이 금새 지나가버릴 것 같습니다.

 

제목만 보아도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어 작품 밑에 쓰인 설명을 곱씹으며 숨은 뜻을 유추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는데요.

 

이번 전시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까지도 모두 즐길 수 있는 전 연령대 전시이다 보니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정말 많더라구요. 특히 아이들도 편히 읽을 수 있도록 보통의 전시 보다는 설명글이 성인 눈높이보다 훨씬 아래쪽에 위치해 있었는데요.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디테일마저 돋보이는 전시였습니다. 새로운 자극과 아이디어를 갈망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3월 막 오픈한 미타테 마인드, 미니어처 라이프 전시를 관람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