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Square/경제

사람의 감정을 읽고 대응하는 능력, ‘페이스테크’가 뜬다

DB Story 2025. 4. 30. 09:51

누구나 첫인상이 중요해요. 얼굴에 공을 들이는 이유죠.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생물인 기계에 표정을 입히고,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정확하게 읽어내며, 사용자마다 각자의 얼굴을 만들어내는 기술인 '페이스테크'가 뜨고 있어요. 페이스테크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 첨단 기술을 처음 접했을 때, 직관적으로 사용법을 알리고 인지오류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친근감을 제공해 사용자를 매료시켜요. 생성형 AI 만능시대, 앞으로는 사람의 감정을 읽고 대응하는 능력을 갖춘, 최대한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기업과 상품이 선택받을 것입니다.

 

# 얼마나 사람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가, 페이스테크

▲ 서울시 ‘꼬마버스 타요’

사람을 만나 첫인상이 정해지는 시간은 3초 밖에 걸리지 않아요. 기계 같은 무생물에서도 사람의 표정을 느낄 때, 소비자는 한 번 더 눈길을 주게 되죠. 무미건조한 물건에 사람의 표정을 입혀 기술에 생동감과 친근함을 높이려는 노력이 한창입니다.

 

2014년 서울시가 버스 헤드라이트 위에 눈 그림을 그려 넣었을 때, 어린이들이 환호했어요.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꼬마버스 타요'와 비슷하게 생겼다며, 무작정 태워달라고 떼를 쓰는 바람에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이 진땀을 흘리기도 했죠.

 

10년이 흐른 지금, 서울시 버스뿐만 아니라 트럭을 비롯한 많은 자동차들이 눈 그림을 그리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식당의 배달로봇이나 공항의 안내로봇도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사람들을 돕고 있죠. 기술이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처럼 얼굴과 표정을 표현하고, 읽고, 만들어내는 기술이 급성장하는 트렌드를 '페이스테크'라고 해요. 기술 폭발의 시대, 소비자는 얼마나 정교한 인공지능을 장착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가로 기술의 완성도를 판단해요.

 

현재 주목할 페이스테크는 크게 ① 기술에 표정 입히기 ② 사람의 표정 읽어내기 ③ 개인화된 고유의 표정 만들기의 세 방향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어요.

 

# 기술에 표정 입히기

▲ 그릴 디스플레이

먼저 기술에 표정 입히기는 기계 같은 무생물에 인간의 표정을 입혀 기술에 생동감과 친근함을 불어넣는 노력을 가리켜요.

 

내연차와 달리 전기차는 차량 전면부의 그릴이 필요하지 않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데요. 자동차업계는 자동차의 얼굴에 해당하는 전면부에 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표정을 그려낼 수 있는 ‘그릴 디스플레이' 개발에 힘 쏟고 있습니다.

 

도로를 주행할 때나 신호를 기다릴 때 차량은 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변 보행자에게 감정을 나타내고 의사를 전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차량이 보행자 앞에 멈추며 웃는 표정을 지어 보행자가 안심하고 길을 건너도록 표현하거나, 운전자가 차에 다가갈 때 환영 인사를 표시해 친근감을 줄 수 있어요.

 

이와 마찬가지로 '램프언어'는 차량의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를 사용해 다양한 감정과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기능이에요. 차량 LED 램프의 색상과 밝기, 깜빡임, 패턴 등을 조절해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요.

 

▲ LG전자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Q9'

좀처럼 주목을 받지 못하던 '홈로봇' 역시 미국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를 계기로 시장 분위기를 띄웠어요. 특히 LG전자는 귀여운 표정이 매력적인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Q9'을 선보여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제품은 두 개의 바퀴로 직립주행하는 신기술을 장착한 ‘이동형 홈 허브'로, 동글동글한 외모에 하트눈을 미소짓는 귀여운 표정으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며 '반려로봇'으로 이름을 알렸어요.

 

LG전자는 이동형 AI 홈 허브를 개발하면서 7인치 디스플레이로 얼굴을 만들고, 총 43종이 넘는 섬세한 눈 모양으로 다양한 표정을 만드는 등 사람의 표정을 로봇에 담는 데에 공을 들였어요. 그 결과 탄생한 Q9이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전시장을 돌아다니자 관람객의 탄성이 이어졌죠.

 

인공지능 챗봇 역시 표정을 짓는 디지털 휴먼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상호작용을 제공해 사용자경험을 크게 향상시키는 디지털 휴먼은 고객상담과 고객지원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어요. 24시간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언어를 손쉽게 구사할 수 있어 효율성도 뛰어나답니다.

 

# 사람의 표정 읽어내기

▲ 대만 사이버링크의 디지털 위조방지 기술 '페이스미'

두번째 페이스테크는 사람의 표정 읽어내기입니다.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본인 인증은 물론이고 상태와 감정까지 파악하는 기술인데요.

 

일상에서 타인의 표정을 읽어내는 일은 무척 중요한데요. 이제 사람뿐만 아니라 기술도 상대방의 얼굴과 표정을 읽어내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어요. 사람마다 다른 인간의 얼굴을 인식해 그 동일성을 식별하거나 말로 표현되지 않는 특유의 감정 표현을 표정으로 읽어내 사용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입니다.

 

먼저 스마트폰이나 도어락에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해 본인을 인증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에요. 선도기업인 대만의 사이버링크(CyberLink)가 개발한 AI 안면인식 엔진인 페이스미(FaceMe)는 사진으로 안면인식을 시도할 경우 실제 얼굴이 아님을 판명해내는 디지털 위조방지기술로 각광받고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같은 유명 빅테크 기업도 페이스 API(Face API), 레코그니션(Rekognition) 같은 얼굴분석 기술을 제공하고 있답니다.

 

국내에서는 신한카드가 얼굴 인식 비대면 실명 인증 서비스를 카드 업계 최초로 도입했어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카드를 신청할 때 실시간 얼굴 영상으로 본인 인증이 완료되는 간편한 시스템입니다. 별도의 준비 과정 없이 신분증 확인 후 핸드폰 카메라를 통해 바로 본인의 얼굴 인증을 할 수 있어요. '신한 페이스페이(Face Pay)'는 디지털 신기술 결합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기도 했어요.

 

▲ 호주 싱머신즈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

다음 예는 표정을 통해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사례입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표정 읽기를 통해 운전자의 졸음과 주의 산만을 감지하여 안정성을 향상시키고 있어요.

 

호주의 싱머신즈(Seeing Machines)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은 운전자의 눈과 얼굴 표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경고하고 필요시 차량 제어 시스템과 연동하여 사고를 예방해요. 보쉬(Bosch)는 차량 내부 카메라와 AI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운전자의 눈 깜빡임, 시선 방향, 얼굴 각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분석한답니다.

 

닛산(NISSAN) 역시 ProPILOT 2.0 시스템으로 운전자의 얼굴을 인식해 운전자의 전방주시와 주의 상태를 분석해요. 운전자가 도로를 제대로 주시하지 않으면 경고를 발송하고 주행 보조 기능과 연동하여 안전성을 높입니다.

 

표정을 읽어내는 기술은 생산성에도 기여해요. 소셜미디어플랫폼인 스냅(Snap)은 표정 분석을 통해 직원의 업무 효율성을 측정하는 특허를 출원하며 '비디오 기반 인력 분석' 시스템의 실용화에 한 발짝 다가섰어요. 이 시스템은 영상 채팅을 통해 직원 또는 직원의 표정을 인식하고 감정을 분석하는 기술입니다.

 

스냅의 기술은 '인력 최적화'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품질 지표를 측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직원의 표정, 즉 감정 상태를 모니터링해 직원들의 긍정적인 상태를 유도함으로써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요.

 

# 개인화 된 고유의 표정 만들기

▲ 애플 ‘젠모지’

세 번째 페이스테크는 개인화된 고유의 표정 만들기입니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사용자 특유의 표정을 맞춤 창작해 개인화하는 것을 의미해요. 특히 자신의 정체성과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개인화된 이모지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더욱 활발해지고 있어요.

 

애플 인텔리전스가 발표된 이후 iOS에서 새롭게 선보인 기능 젠모지(Genmoji)는 기존의 이모티콘과 확연히 달라요. 마치 챗 GPT처럼, 텍스트 필드에 원하는 이모지의 설명을 적으면 즉각적으로 AI가 생성한 새로운 이모티콘이 여러 개 나타나고 사용자는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 사용하면 돼요.

 

이모티콘 제작 소프트웨어 모지 메이커(Moji Maker) 역시 사용자가 개인화된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요. 사용자는 자신의 고유한 표정과 기분을 반영하는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이모지를 디자인하여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다채롭게 해요.

 

▲ 로레알 ‘모디페이스’

표정 만들기에 가장 특화된 산업은 단연 뷰티 업계예요. 뷰티 브랜드가 앞다투어 뷰티 테크를 기반으로 '고유의 표정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어요. 로레알의 모디페이스(ModiFace)는 가상 메이크업 트라이온 기능으로 다양한 색상의 립스틱이나 아이섀도 같은 메이크업 제품을 자신의 얼굴에 발라볼 때 어떻게 보일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에스티 로더, 아베다, 나스 코스메틱 등 여러 뷰티 브랜드는 AI와 AR 기술을 활용한 가상 체험 도구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어요. 에스티 로더는 AI 기반의 아이매치 버추얼 쉐이드 엑스퍼트(iMatch™ Virtual Shade Expert) 도구를 이용한 립 가상 체험을 통해 구매전환율을 2.5배 향상시켰어요.

 

아베다는 가상 체험 도구의 트래픽이 220% 증가하고 이를 이용한 고객의 매출이 14% 증가했습니다. 또한 나스 코스메틱은 나스 매치메이커(NARS Matchmaker)를 출시한 후, 구매전환율이 300% 증가했으며 평균 주문도 10% 상승했어요. 뷰티 테크 서비스와 프로그램으로 인한 장바구니 구매전환율 향상은 페이스테크와 뷰티 테크의 시너지 효과를 잘 보여주는 예시라 할 수 있어요.

 

아모레퍼시픽도 일본 MZ세대를 겨냥한 라네즈 인스타그램 SNS 필터를 론칭하며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데요. 한국식 네 컷 사진이 유행하는 일본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라네즈 '바운시 슬리핑 마스크'를 적용한 즉석사진 필터 프레임을 제공해 K-팝의 경험과 감성을 마케팅에 활용했어요.

 

# 제품과 서비스에 녹아든 UI의 진화, 어포던스

▲ 도로 주행 유도선

표정은 호모 사피엔스 진화의 시점부터 중요한 문제였지만, 요즘과 같은 혁신적 기술 폭발의 시대에서는 그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커집니다. 바로 ‘어포던스(affordance)’라는 개념 때문입니다.

 

현대 기술 사회에서 인간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로봇 같은 인공물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해요. 컴퓨터든 로봇이든 우리가 이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요청하고 또 그것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인공물과 사용자의 상호작용, 즉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꼭 필요해요.

 

그렇다면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용자가 쉽게 인지하고 가르쳐 주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힘, 바로 ‘어포던스’입니다.

 

어포던스란 미국의 생태심리학자인 제임스 깁슨이 1977년에 처음 소개했는데요. "사물이 마치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이나, 형태조형에 단서가 되는 중요한 개념"이라고 정의했어요. 요즘 도로 갈림길에는 분홍색 혹은 녹색 유도선이 칠해져 있어 쉽게 차선을 이용할 수 있는데, 어포던스의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어요.

 

사소하지만 과자를 뜯는 포장지의 홈도 행동을 유도하는 어포던스 사례로 들 수 있어요. 요즘 과자 포장에는 뜯는 홈이 두 개씩 있는데, 하나는 처음 먹을 때 뜯기 좋도록 위쪽에, 또 하나는 거의 다 먹었을 때 남은 과자를 꺼내기 좋도록 중간 아래쯤 홈을 만들어요.

 

또 모바일뱅킹으로 송금을 할 때, 보통은 은행을 먼저 선택한 후 계좌번호를 입력하도록 돼 있지만 대개 이체할 계좌번호를 먼저 복사하거나 외우는 경우가 많죠. 금융 플랫폼 토스는 계좌번호를 먼저 입력하고 은행을 나중에 선택하도록 순서를 바꿔 어포던스를 높였어요.

 

전 세계의 수많은 디자이너, 설계자, 엔지니어들은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 또는 의도된 행동 유도를 위해 제품과 서비스의 어포던스를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이러한 개발자들의 보이지 않는 언어가 제품과 서비스에 녹아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비로소 사용자는 그 제품과 서비스에 좋은 평가를 내리게 된답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나 제품이 나온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쉽게 사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거예요. 소비자들이 사용해 본 적 없는 새로운 기술이나 상품,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오늘날 어포던스는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그렇다면 가장 기초적이고 쉬운 어포던스는 무엇일까요? 바로 얼굴과 표정이에요. 신기술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지금, 페이스테크는 어포던스의 측면에서 볼 때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결국 기술의 물성화, 기술의 인간화는 생성형 AI가 지배하는 세상의 커다란 패러다임이며, 여기에서 페이스테크는 인간과 기술, 대면과 비대면을 잇는 가교가 될 것입니다.

 

자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