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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마음이 잠시 머무는 곳, 석촌호수 벚꽃 산책 감성 데이트 코스

DB Story 2025. 4. 10. 11:20

어느 날 갑자기 공기가 달라진 걸 느낍니다. 아침 공기에 묻어나는 햇살이 조금 더 부드러워졌고, 걷는 발끝에서 바람이 스치면 문득 어깨가 풀리는 그 느낌. 겨울이 완전히 물러난 그 순간, 봄은 그렇게 우리 곁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그 봄을 가장 먼저 또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는 곳이 있어요. 서울 도심 속, 바쁜 일상 한가운데에서 잠시 멈춰 서게 만드는 곳. 바로 석촌호수입니다.

 

오늘은 석촌호수에서 보내는 봄날의 하루를 천천히 그려보려 해요. 바쁜 일상 속에서 스르륵 빠져나와 꽃길 따라 걷고 햇살 아래 쉬어가며 기분 좋은 맛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런 하루. 산책부터 전시, 디저트 카페와 베이글 브런치까지 이어지는 여유로운 봄날 코스를 소개해볼게요.

 

# 롯데월드타워 “스프링 인 잠실” 전시

“도심 속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봄”

▲ 스프링 인 잠실

석촌호수 입구에서 먼저 마주한 봄의 시작.

롯데월드몰 앞 월드파크 잔디광장에서 매년 열리는 야외 전시 ‘스프링 인 잠실’은 잠실 지역에서 가장 먼저 봄을 실감할 수 있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올해 전시는 마치 동화 속 정원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안겨줬어요. 유럽식 가든 콘셉트로 꾸며진 이 공간은 팬지와 튤립을 비롯해 다채로운 봄꽃들이 정성스레 배치되어 있었고, 꽃들이 어우러져 만든 풍경은 마치 시간이 살짝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죠. 단순히 ‘예쁜 공간’을 넘어, 가든마다 테마와 이야기가 담겨 있어 하나의 서사를 따라 걷는 느낌이 들었어요. 동선도 무척 매끄럽게 구성되어 있어, 어느 순간부터는 전시에 몰입해 천천히 공간 속을 흐르듯 걸을 수 있었답니다.

 

특히 햇살이 살짝 스며들던 오후 시간대에는 꽃과 나무, 조형물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마저도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어요. 바쁜 일상 속에선 쉽게 놓치기 쉬운 풍경이지만,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게 되고, 가만히 바라보며 숨을 고르게 되더라고요./p>

 

그럼 이제, 각 구역마다 어떤 분위기와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지 하나씩 들여다볼까요?

▲ 자수정원

자수정원은 이름 그대로, 꽃들이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듯 정갈하게 배치되어 있었어요. 튤립, 라벤더, 델피늄 등 다양한 봄꽃들이 정원 곳곳을 화사하게 채우고 있었는데요. 재미있게도 각 꽃 앞에는 작은 이름표가 붙어 있어서 꽃의 이름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꽃말까지는 직접 찾아봐야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 쉬운 꽃들에 한 번 더 눈길이 가게 되더라고요. 덕분에 산책하는 내내 마치 꽃도감 속을 걷는 기분이었달까요. 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둘러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Werther garden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베르테르 가든’이었어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출간 250주년을 기념해 조성된 이 공간은 거울과 유리로 만들어진 조형물들이 정원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요. 햇살이 조형물에 반사되며 만들어내는 풍경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살짝 흐려놓은 듯한 느낌을 주더라고요. 걷다가도 어느새 멈춰 서서 그 반짝이는 빛의 결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많았어요. 마음이 조용히 말랑해지는 공간이랄까요. 특별히 말이 필요 없는 위로가 되는 장소였어요.

 

재미있는 건 이 가든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롯데월드몰 외부에 설치된 괴테 동상이 이어진다는 점이에요. 고요한 정원에서 ‘베르테르의 감정’을 따라 걷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책 속에서 만났던 괴테와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구조랄까요. 마치 문학과 공간, 빛과 사람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 듯한 전시 구성도 참 인상 깊었답니다. 문학이 이렇게 공간 안으로 스며들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참 근사했어요.

▲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동상

롯데월드몰 외부에 자리한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동상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왠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풍경도, 느낌도 달라지는 공간이에요. 항상 괴테 동상 주변은 꽃과 조형물, 계절 전시 등으로 꾸며져 있어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처음엔 ‘왜 여기에 괴테 동상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꽤 낭만적인 이유가 있었어요. 롯데그룹의 창립자 신격호 회장이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인물인 ‘샤를로테’에서 영감을 받아 ‘롯데’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롯데월드몰에는 괴테 동상이, 명동 롯데백화점에는 샤를로테 동상이 세워져 있다고 해요.

 

이곳은 자수 정원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오히려 그런 고요함 덕분에 더욱 특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햇살이 살짝 비치는 오후, 괴테 동상 앞에서 책 한 권 꺼내 들고 싶어지는 그런 고즈넉한 공간이었어요. 문학과 계절이 함께 머무는 풍경 속에서, 잠시 머물다 가기 딱 좋은 순간이었습니다.

▲ 낮에 보는 벚꽃 조명
▲ 야간에 보는 벚꽃 조명 [사진 출처: 롯데물산]

전시를 지나 석촌호수로 이어지는 길목, 롯데월드몰과 타워 사이 공간에 설치된 벚꽃 조명도 인상 깊었어요. 벚꽃잎을 형상화한 분홍빛 오브제 조명은 해가 지고 나면 은은하게 빛을 내며 주변을 따뜻하게 물들입니다. 낮에는 활기찬 꽃길이 주는 설렘이 있었다면, 저녁엔 이 조명 아래에서 또 다른 감성이 피어나는 듯해요.

 

조명이 하나둘 켜진 길을 걷다 보면, 그 빛이 하루의 끝을 조용히 감싸주는 기분이 들어요. 석촌호수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이 조명 아래를 지나며, “오늘 참 좋았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꺼내게 될 것 같은 밤. 어쩌면 이곳이야말로 봄날의 여운을 가장 오래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풍경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롯데월드몰 앞 광장에서는 미디어 전광판을 통해 ‘스프링 인 잠실’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아트 컬렉션도 상영되고 있어요. 꽃과 정원, 그리고 움직이는 미디어 아트가 어우러진 풍경은 눈길을 사로잡고,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죠. 단순한 전시를 넘어, 이 공간 전체가 살아 숨 쉬는 하나의 봄 작품처럼 느껴졌어요.

 

제가 소개한 포인트 외에도 곳곳에 숨은 즐길 거리가 많답니다. 50여 개의 빈백이 놓여 있는 피크닉존은 특히 주말 오후가 되면 더욱 활기를 띠어요. ‘플라워 벌룬’을 나눠주는 이벤트부터 오는 13일에는 정원의 꽃을 작은 화분에 담아 방문객에게 직접 선물하는 행사도 예정되어 있더라고요. 앉아서 쉬기만 해도, 작은 선물처럼 봄을 받아 가는 느낌이랄까요?

 

이 모든 공간은 잠실역에서 석촌호수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어, 산책을 시작하기 전 가볍게 들르거나 꽃길을 걸은 뒤 여운을 이어가기에도 딱 좋아요. 바쁜 하루 중 짧은 틈을 내어 커피 한 잔을 즐기기에도 좋고, 따뜻한 햇살 아래 빈백에 앉아 시간을 흘려보내는 여유도 충분히 누릴 수 있답니다. 잠실 나들이의 시작과 끝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줄,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봄날의 공간이에요. 꼭 한 번 들러보시길 추천드려요.

 

전시 정보

[Spring in Jamsil]

• 장소 :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 잔디광장

행사 기간 : 3.28 () ~ 4.13 ()

운영 시간 : 12:00 ~ 18:00

 

위치

• 주소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 300

• 지하철 : 잠실역 1번 출구 도보 3분

• 주차 : 롯데타워 유료 주차 가능

(10시~20시는 10분당 평일 300원, 주말 500원 / 그 외 시간 : 200원, 1일 최대 요금 45,000원)

 

# 석촌호수 벚꽃축제🌸

“서울에서 가장 가까이, 가장 길게 즐길 수 있는 벚꽃길”

전시장을 지나 호수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마치 전혀 다른 세상—‘벚꽃 세상’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건물들 사이를 걸으며 전시를 감상하던 도시의 풍경이었는데, 몇 걸음 옮기자마자 갑자기 시야가 환하게 열리고 바람결도 달라졌습니다. 어쩐지 숨이 더 잘 쉬어지고, 하늘은 전보다 훨씬 가까워 보였죠. 마치 도심 한가운데 열려 있는 비밀 정원처럼, 석촌호수는 그렇게 봄을 품고 저를 맞아줬어요.

 

석촌호수는 도심 속에 있지만, 어느 순간 도시의 소음을 잊게 만드는 신기한 공간이에요. 특히 봄이 되면 벚꽃이 둘레를 가득 채우며 이곳을 전혀 다른 풍경으로 바꿔 놓습니다. 길고 넓게 펼쳐진 호수 둘레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해지고, 마음이 느긋해져요. 자연과 사람이 함께하는 이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계절 풍경이 되어줍니다.

 

걷다 보면 사람들의 표정이 보입니다.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연인들, 벤치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 아이 손을 꼭 잡고 걷는 부모, 혼자서 이어폰을 꽂은 채 리듬에 맞춰 걷는 사람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이 봄을 느끼고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누구도 바쁘지 않고, 누구도 조급하지 않은 그 풍경이 석촌호수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이곳은 그저 예쁜 벚꽃이 있는 길이 아니라, 봄을 천천히 만끽할 수 있는 ‘여유’를 건네주는 공간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아주 잠깐이라도 발걸음을 늦출 수 있게 해주고,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지는 곳. 봄을 보고, 느끼고, 묵묵히 걸으며 나만의 속도로 이 계절을 받아들이는 시간. 석촌호수는 그런 봄날을 선물해 주는, 서울 속 특별한 쉼표 같았습니다.

 

▲ 동호
▲ 서호

# 서울 속 숨겨진 봄의 오아시스, 석촌호수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자리한 석촌호수는 도심 속에서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입니다. 원래 이곳은 한강의 지류였던 석촌벌이 물길을 따라 형성된 자연 호수였는데, 지금은 시민들이 사계절 내내 산책하고 쉬어갈 수 있는 쉼터로 사랑받고 있죠.

 

특히 봄이 되면 석촌호수는 벚꽃 명소로 대변신해요. 호수를 따라 약 2.5km 가량 펼쳐진 산책길 양옆으로 벚꽃이 만개하면, 분홍빛 터널 아래를 걷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특별해지죠.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는 순간은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낭만적이고요.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수많은 사람들이 봄을 맞이하러 이곳을 찾곤 합니다.

 

호수는 동호와 서호,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어요.

 

동호는 서호에 비해 조금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요. 울창한 나무 그늘과 벤치, 나지막한 산책길이 이어져 있어, 혼자 조용히 걷거나 커피 한 잔과 함께 여유를 즐기기에 딱이랍니다.

 

서호는 롯데월드타워와 어드벤처, 석촌호수역과 맞닿아 있는 쪽으로, 도시적인 풍경과 어우러져 활기찬 느낌이 가득해요. 호수 주변으로 펼쳐진 산책로는 각종 조형물과 카페, 전시장, 그리고 대형 미디어 아트가 함께 어우러져 있어 언제 가도 볼거리가 풍성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동호의 분위기를 참 좋아해요.

길게 이어진 산책로 옆으로는 나무들이 풍성하게 들어서 있고, 중간중간 벤치가 놓여 있어 잠시 앉아 쉬어가기에도 참 좋아요. 바람이 잔잔히 불어오는 호숫가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도심 한가운데라는 사실이 잊혀질 만큼 고요한 시간이 흘러갑니다.

 

벤치에 조용히 앉아 호수를 바라보는 사람들, 유모차를 밀며 아이와 함께 걷는 부모, 이어폰을 낀 채 혼자만의 속도로 길을 걷는 사람들까지—모두가 저마다의 속도와 방식으로 이 봄을 느끼고 있었어요. 누군가는 천천히 걷고, 또 누군가는 멈춰 서서 벚꽃을 올려다보는 풍경. 그 모든 장면들이 하나의 큰 풍경이 되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어요.

봄은 누가 가장 먼저 느끼는 게 아니라, 각자 자기 속도대로 천천히 스며드는 계절이라는 걸 이곳에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됐어요.

 

마음이 어지러울 때, 생각이 많을 때, 혹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을 때. 동호는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당신의 속도를 받아주는 그런 곳이랍니다.

이번 주 벚꽃 개화 상황은?

4월 9일 기준, 석촌호수는 80% 정도 개화했고, 드문드문 벚꽃이 피지 않은 곳도 보입니다. 올해는 4월 12일 ~13일 주말 쯤엔 가장 풍성한 벚꽃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 다만, 토요일(4월 12일)은 비 소식이 있으니, ‘꽃비 내리는 날’의 감성을 원하신다면 일부러 그날을 노려보는 것도 좋겠죠.

벚꽃이 비에 살짝 젖어 낙화하는 모습도 또 하나의 봄 풍경이니까요.

 

📸 포토 스팟 추천

수양벚꽃이 물 위로 드리운 구간 – 마치 그림책 속 한 장면같은 풍경

 

롯데타워가 반사되는 포인트 – 도시와 자연이 만나는 풍경

 

석촌호수 정보

• 위치 : 서울 송파구 잠실동2호선 잠실역 2번 출구 도보 2분

• 운영시간 : 상시 개방

 

방문 시 유의사항

1. 주차는 유료, 대중교통 추천

석촌호수 주변은 주말과 휴일에 매우 혼잡하므로 대중교통 이용이 가장 편리해요. 부득이하게 차량 이용 시에는 롯데월드몰 주차장 또는 송파 근린공원 주차장을 이용하실 수 있으며, 기본 요금은 각각 30분 1,500원 / 5분당 150원입니다.

 

2. 야간 조명 감상 가능, 쓰레기·흡연 주의

석촌호수는 상시 개방되어 있어 낮뿐 아니라 야간 벚꽃 조명도 감상할 수 있어요. 단, 쓰레기 무단 투기와 흡연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쾌적한 관람을 위해 예절을 지켜주세요! 🌸

 

# 니커버커 베이글

“뉴욕의 온도를 담은 한 입”

산책이 끝날 즈음이면 자연스럽게 배가 고파집니다. 봄바람 맞으며 걸었더니 생각보다 꽤 에너지가 쓰였달까요? 이럴 때 딱 좋은 곳이 바로 ‘니커버커 베이글’입니다. 석촌호수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있고 창가 자리에 앉으면 벚꽃이 보이는 감각적인 베이글 전문점이죠.

 

이곳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시작된 브랜드답게, 매장 전체에서 은은한 도시 감성이 느껴져요. 세련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따뜻한 분위기랄까요. 목재 소재의 가구와 흰 벽이 어우러진 인테리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편안하고, 곳곳에 배치된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공간에 생기를 더해줍니다. 석촌호수 주변에는 테이블 간 간격이 아주 좁은 카페들이 많은데, 니커버커 베이글은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혼자 앉아도, 여럿이 함께 앉아도 눈치 보지 않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입니다.

 

▲ 메뉴판 출처: 니커버커 베이글 블로그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건, 진열대를 가득 채운 다채로운 베이글들이었어요. 종류도 정말 많아서 처음 보는 순간 살짝 당황할 정도였죠. 정갈하게 쌓여 있는 베이글 하나하나가 마치 빵이 아니라 작품처럼 느껴졌달까요?

 

메뉴도 꽤 다양해서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베이글은 기본 플레인부터 에브리띵, 블루베리, 갈릭 등등 취향 따라 고를 수 있는 폭이 넓고요. 함께 곁들일 수 있는 크림치즈도 파, 바질, 블루베리 등으로 구성돼 있어, 그날의 기분이나 입맛에 따라 조합을 바꿔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아침처럼 가볍게 즐기고 싶을 땐 플레인 베이글에 허니바질 크림치즈, 조금 더 든든한 식사가 필요할 땐 에브리띵 베이글에 베이컨 에그 앤 치즈 샌드위치를 곁들이는 식으로요.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이곳의 베이글과 크림치즈가 모두 뉴욕 본점과 동일한 레시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에요. 그래서인지 주문을 마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머릿속엔 벌써 뉴욕 브루클린의 거리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장면이 그려지더라고요. 과연 어떤 맛일지, 정말 기대됐습니다.

 

첫인상부터 꽤 인상적이었어요. 큼직하고 도톰한 베이글은 보기만 해도 든든해 보였고, 겉은 살짝 바삭하게 구워져 고소한 향이 은은하게 퍼졌죠. ‘이게 바로 뉴욕 스타일이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달까요. 낯설지 않은데,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는. 한국적인 감성과 뉴욕 특유의 거친 자유로움이 적당히 섞인 듯한 인상이었어요.

 

저는 토핑을 많이 올려 먹는 걸 좋아해서, 에브리띵 베이글에 파 크림치즈 조합으로 골라봤어요. 이름 그대로 ‘모든 것을 조금씩’ 담았다는 뜻처럼, 양파 플레이크, 갈릭 등 인기 있는 토핑들이 고루 뿌려져 있었는데요. 재료들이 서로 튀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한 입 베어 물자마자 고소함, 짭짤함, 바삭한 식감이 동시에 입안에 퍼졌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베이글 특유의 식감 위에 부드럽고 살짝 매콤한 파 크림치즈가 더해지니, 한 입 먹을 때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조합이었어요. 특히 감탄스러웠던 건, 대부분의 베이글이 처음엔 맛있다가 갈수록 질겨지는 느낌이 드는 반면, 니커버커의 베이글은 끝까지 겉바속촉을 유지한다는 점이었어요.

 

입안 가득 베이글의 풍성한 식감과 향이 남아 있는 채로 커피 한 모금을 마셨을 때 느껴지는 그 여운. 그게 바로 이곳이 사랑받는 이유 같았어요.

 

니커버커 매장을 방문하게 된다면, 저는 특히 창가 자리는 꼭 추천드리고 싶은데요. 따뜻한 햇살과 바깥 풍경이 그대로 실내로 스며들면서,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자리거든요. 호수 너머로 보이는 벚꽃이 시야에 들어오면, 마치 방금까지 걷던 산책길이 그대로 이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평화로운 순간이 되어주는 자리입니다.

 

정통 뉴욕식 베이글을 한국적인 감성으로 풀어낸 메뉴들을 캐주얼하게 즐기고 싶다면, 산책 후 한 끼로 니커버커 베이글을 꼭 들러보시길 추천드려요. 뉴욕 감성과 봄날의 여유가 한 테이블 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이랍니다.

 

🥯 추천 조합

• 에브리띵 베이글 + 파 크림치즈 + 아메리카노

• 시나몬레이즌 베이글 + 플레인 크림치즈 + 바닐라라떼

• 통밀 베이글 + 허니 바질 크림치즈

 

봄은 누군가와 나란히 걸어도 좋고, 혼자만의 시간으로 천천히 즐기기에도 참 좋은 계절이입니다. 꼭 거창한 여행이 아니어도,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괜찮아요. 그냥 가볍게 걸어보고, 멍하니 바라보다가, 맛있는 걸 한입 베어 물고, 잠시 어디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충분히 특별해지니까요.

 

주말, 혹은 다음 주 평일 오후. 조금만 마음을 비우고 시간을 내어 잠실로 향해보세요. 석촌호수는 분명 아주 조용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서 확실하게 여러분에게 ‘봄’이라는 선물을 건네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