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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 기업의 모든 것을 담다

기업의 이념
자유주의의 상징인 열린 시장이 전 지구로 확장된 지금, 기업 간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해야만 하는 기업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간판을 내건다. 기업을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이 바로 기업의 이념이 담긴 CI다.






CI


기업의 정체성

CI는 Corporate Identity, 즉 기업 정체성의 준말이다. 본래 기업의 이미지를 하나로 통합하는 일련의 작업 과정을 가리키는 말로, 전 사원들이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 공감하고 소비자에게도 자연스레 그것을 인식시키는 경영전략의 하나이다. CI는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을 구체화하여 구성원들이 보다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며,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다른 기업과의 차이점을 적극 어필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특히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로고(logotype)는 기업의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CI 작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상징이라 할 수 있다. 1956년 폴 랜드(Paul Rand)가 디자인한 IBM의 로고가 대표적인 초기 사례다. 가로 8개의 줄무늬로 알파벳을 표현한 이 로고는 일종의 착시현상을 일으키며 시각적 흥미를 끌었다. 또 줄무늬 칸 위에 적힌 느낌을 주어 신뢰감을 주었다. 과거 미국에서는 문서의 사인 란에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줄무늬를 입혔는데 여기서 착안해 디자인된 것이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 로고의 중요성은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로고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서 CI가 사용되기도 한다.













BI


상품이 가지는 역사

CI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단어로 BI(Brand Identity)가 있다. BI는 한 기업에서 발매한 제품의 정체성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제품에 쌓이는 소비자의 신뢰도, 즉 브랜드 로열티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기업에서 만든 제품이 캐릭터를 가진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를 잡으면,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제품 영역을 확장할 때 기존의 고객층을 어느 정도 안고 갈 수 있으므로 시장 진입이 용이해진다. 이를 제외하고도 BI는 제품의 개성을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 단계의 중요한 작업이 된다. 일본의 도요타는 1989년 첫 고급차 모델을 런칭하며 렉서스라는 브랜드명을 새롭게 부여했다. 기존에 미국 시장에서 구축한 저가 차량으로서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였다. 그 후 렉서스는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고급차로서 시장 정착에 성공했다. 이와 같은 브랜드의 성공은 간접적으로 기업 자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새로운 브랜드로 이미지를 덧씌움은 물론 실패한 브랜드는 폐기할 수도 있어 BI가 CI에 비해 보다 전략적인 활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Design


기업 이미지의 시각화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곳은 바로 눈이다. 즉각적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가장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는 신체기관이기도 하다. 근래에 들어 소리와 냄새 등을 이용한 마케팅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마케팅 기법은 시각에 의존한다. 그런 만큼 시각적 흥미를 자아내는 조형미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시장 경제가 정착한 후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기업과 고객 모두로부터 제기되는 디자인적 요구는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내며 트렌드를 이루었다. 이것을 선도하기도, 쫓아가기도 하면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미지가 낡지 않게 부지런히 갈고 닦아왔다. 2000년대 초 PC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소프트웨어의 입구인 아이콘의 역할이 부각되었다. 이 시기 애플과 구글 등 IT 기업의 로고는 모니터 위에 구현된 3차원 세계를 상징하는 입체성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IT 업계의 관심은 모바일기기로 집중되었고, 작아진 화면에서의 상징성과 직관성, 효율성 등이 더 주목받게 되었다. 모바일 플랫폼 위주로 활약하고 있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모두 현재는 복잡한 형태를 없앤 단순한 색채의 평면적인 아이콘으로 탈바꿈했다.









컬러 이미지

색을 본다는 것은 강한 시각적 자극이다. 또 어떤 색을 보면 특정한 감각과 감성이 자극되기도 한다. 각각의 색과 연상되는 이미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색에 포함된 정서는 나라나 민족 등 공동체 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보편적으로 전달되는 색의 메시지는 있다. 예를 들어 빨간색은 강하고 역동적이다. 시각적인 주목성이 높으므로 긴급한 경고, 위험을 알리는 데 많이 쓰이며 차분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코카콜라는 코카콜라 레드(Cocacola red)라는 빨간 이미지 컬러로 제품의 톡 쏘는 짜릿한 맛을 잘 표현하고 있다. 반면 자연과 닮은 초록색은 우리 눈에 가장 편안한 색이다. 색 중에서 시야각이 가장 좁기 때문에 시선을 주지 않는 이상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눈을 어지럽히지 않으며 안정감을 준다. 스타벅스의 초록색 로고는 카페에서 누려야 할 편안한 시간을 잘 담아낸, 브랜드의 특징과 이미지 컬러가 잘 부합된 또 하나의 사례이다.






문자


글꼴(font)이 찾은 자유

19세기, 산업혁명은 대량판매를 겨냥하기 위해 광고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이에 따라 기존의 활자체를 변형한 색다른 모양의 글꼴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용을 전달하는 데 지나지 않았던 글씨가 틀을 벗어나, 글자의 형태 그 자체로 시각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이다. 몇 세기 지나지 않아 종이는 모니터 화면 속으로 옮겨지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렸다. 지금은 누구나 손에 디스플레이를 들고 다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유동적인 텍스트를 접한다. 시각 이미지로서 글꼴의 활용도가 대단히 높아진 것이다. 모든 제품을 핸드메이드로 생산하는 러쉬는 특유의 손으로 쓴 듯한 글꼴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 러쉬의 케이티 타브람(Katie Tabram)이 개발한 이 글꼴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파는 영국 시장의 손글씨를 본떠 만들어진 것으로, 글자를 보는 것만으로 자연스러운 핸드메이드의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디자인되었다. 러쉬코리아를 런칭하면서는 한글 전용 글꼴도 개발하는 등 CI 전달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잇따라 고유 글꼴을 개발하며 CI와 BI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DB


동부그룹 CI 변경

동부그룹이 ‘DB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동부화재는 DB손보, 동부생명은 DB생명, ㈜동부와 동부라이텍은 각각 DB Inc.와 DB라이텍으로 바뀌었으며 동부증권은 DB금융투자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로써 동부그룹은 1971년 이후 만 46년간 사용한 ‘동부’라는 이름에 작별을 고하게 되었다. DB는 ‘Dream Big’의 줄임말로서 ‘큰 꿈과 이상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세 개의 반타원형이 배치된 새 로고 역시 눈에 띈다. 기존 동부그룹의 주황색과 녹색을 가져와 역사와 전통의 계승 의지를 담았고, 푸른색을 추가해 밝은 미래를 향한 힘찬 의지를 표현했다. 동부그룹의 이번 사명 변경은 새 출발의 원동력이 될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성사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CI로 힘차게 발돋움할 준비를 마친 DB그룹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