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me >

면의 종류부터 국수 맛집까지!

음식평론가 황광해의 식유기

곡물가루로 만드는 음식은 모두 ‘국수’다. 서양의 파스타와 우리가 먹는 모든 국수, 라면, 우동 역시 국수다. 만두도 넓은 의미에서 면식, 국수다. 넓은 피로 양념을 싼다. 피는 각종 곡물 가루로 만든다. 이탈리아 만두인 라비올리는 파스타다. 라비올리가 국수라면 만두도 국수다. 곡물 가루로 만드는 모든 음식이 면과 국수, 곧 면식인 셈이다.

압착면(壓搾麵)? 어려운 표현이다. 하지만 별것 아니다. ‘눌러 짜내는 국수’다. 절삭면(切削麵)은 쇠 등의 물체를 깎거나 잘라내듯이 잘라낸 국수다. 넓고 넓은 국수의 세계. 5분만 주목해 이 글을 읽으면 당신도 국수를 알 수 있다. 

국수 제면 방식은 보통 둘 중 하나다. ‘자르는 국수’나 ‘눌러 짜내는 국수’다. 칼국수는 대표적인 절삭면이다. 칼로 척척 가지런히 잘라낸다. 일본 우동도 절삭면이다. 우동 집에 가보면 작은 작두로 우동 반죽을 자른다. 냉면이나 막국수는 대표적인 압착면이다. 뽑는 국수다. 반죽을 만든 다음 홈통에 넣고 위에서 압력을 가한다. 홈통 아래 뚫린 구멍으로 국수가 나온다.

이태리 국수, 파스타도 마찬가지다. 칼로 써는 국수 아니면 좁은 구멍으로 눌러 뽑는 국수다. 공장 제조 건면은 나라와 종류를 불문하고 보통 압착 방식으로 만든다. 뽑아내거나 자르는 방법 이외에는 모두 ‘제3의 방식’이다. 손으로 주물럭거린다. 파스타 중 라비올리 그리고 우리의 수제비, 중국의 수타면 등이다.

국수에 대한 오해, 첫 번째

뽀얗고 쫄깃한 면발이 좋다?

다들 뽀얗고 쫄깃한 국수를 좋아한다. 뽀얗고 쫄깃한 면발은 입에는 잘 붙을지 모르지만, 몸에 좋지 않다. 쫄깃한 면발은 주로 국수의 글루텐 성분에서 나온다. 글루텐이 나쁜 것인가? 의학적인 판단들도 정확하지는 않다. 식품회사들은 ‘글루텐 프리’ 제품을 강조한다. 분명한 것은 많이 먹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의학자들은 오히려 식품첨가물이 더 나쁘다고 말한다. 밀가루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다. 운반을 위해 각종 농약이나 부패 방지 제재들, 음식으로 만들면서 넣는 개량제와 유화제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첨가물이 들어간다. 빵에 들어가는 개량제, 베타믹스 등은 빵의 모양을 좋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우리 몸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 첨가물 없는 밀가루를 구해서 조리 과정을 줄이고, 채소 등과 더불어 섭취할 것을 권한다.

중식당 등에서는 여전히 ‘소다’를 사용한다. 소다를 쓰지 않으면 면을 다루기 힘들고 쉽게 불어난다. 배달 짜장면을 먹지 말라는 것은 배달 음식에는 반드시 소다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냉소다, 얼음소다, 식소다 등등 표현들은 많지만 모두 먹지 않는 게 좋다. 

밀가루만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사람들도 많다. 첨가물이 없는 국산 밀가루를 구해서, 가능하면 조리 과정을 줄이고, 채소 등과 더불어 섭취할 것을 권한다. 뽀얗고 쫄깃한 국수? 보기엔 좋고 먹기에도 좋을지는 모르지만 몸에는 ‘글쎄’다.

국수에 대한 오해, 두 번째

국수가 장수를 기원한다?

“결혼식 언제 할래?” 대신에 “언제 국수 먹여줄래?”라고 묻는다. “왜 국수를 결혼식에서 먹을까?”라고 물으면 “가락이 긴 국수가 장수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틀렸다. 국수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예전에는 국수가 귀했다. 우선 밀이 귀했다. 제분 기계도, 제분 기술도 없었다. 맷돌이나 절구, 연자방아로 만드는 가루는 거칠었다. 그래서 국수는 만들기 힘들었다. 국수는 오랜 시간 준비해야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음식이었다.

인간은 한평생 동안 ‘관혼상제(冠婚喪祭)’를 겪는다. 성인이 되고(관), 결혼을 하고(혼), 돌아가시면 초상을 치르고(상), 그 후 매년 제사를 모신다(제). 모두 중요한, 의미가 담긴 일이다. 중요한 행사에는 반드시 귀한 음식, 국수를 준비해야 했다. 

관, 혼, 제는 날짜가 정해져 있다. 상(喪)은 날짜를 정하기 힘들다. 연로하신 부모님은 언제 돌아가실는지 모른다. 혹 사망 날짜를 안다 해도 미리 국수를 준비하고 호들갑을 떨 수는 없다. 초상집에서 국수 대신 육개장을 준비하는 이유다. 육개장은 속전속결로 만들 수 있다.


▲ 제분 기계도 제분 기술도 없던 시절, 국수는 귀했다.

동서양의 국수 맛집을 가보자

물 건너온 음식부터 이야기한다. 파스타다. 지금도 우리는 스파게티와 파스타를 혼동한다. ‘알 덴테(al dente)’도 마찬가지다. 알 덴테는 속에 심이 살아있을 정도로 꼬들꼬들하게 익힌 파스타면이다. 씹는 맛이 살아있도록 삶으라는 의미다. 말이 어려울 뿐이다. 건면은 씹는 맛으로 먹지만 생면은 푹 익혀 소스 맛으로 먹는다. 우리의 칼국수는 육수 맛으로 먹지만, 이탈리아 생면 파스타는 소스 맛을 따진다. 생면을 이야기할 때는 면의 삶은 정도, 즉 ‘알 덴테’를 따지지 않는다.

▲ 을지로 입구의 ‘라칸티나’에서 30년 경력의 매니저가 샐러드를 만드는 모습

을지로 입구의 ‘라칸티나’. 오래된 집이다. 한국 이탈리안 요리가 시작된 곳이다. 물 건너와 고생하는 파스타가 이 집에서 시작되었다. 면을 덜 삶아서 준다는 항의와 불만을 가장 많이 접수(?)한 집이기도 하다. 지금은? 파스타를 좋아하면 반드시 한 번은 가봐야 할 집이다. 30년 경력의 매니저가 만들어주는 수제 마요네즈는 특별하다. 눈앞에서 달걀노른자와 올리브유를 휘휘 저어 뽀얗게 올라오면, 시저 샐러드에 척 얹어서 내준다.

▲ 종부 권순 씨가 홍두깨로 반죽을 미는 모습. 2016년 이후 더 이상 국수를 만들지 않는다.

한국 국수의 최고봉은 안동 ‘경당 고택’의 건진국시다. 50년쯤 칼국수를 썰면 누구나 달인이 된다. 한석봉 어머니가 어둠속에서 썰어낸 떡보다 훨씬 좋은 솜씨였을 텐데, 이제는 만나기 힘들어졌다. 2016년부터는 건진국시를 내놓지 않기로 했단다. 안동 장 씨 집안의 종부 권순 씨가 연로해 국수를 만들기 힘들어서다. (며느리가 전수받기를 기다릴 뿐이다)

▲ ‘봉화묵집’은 메밀묵을 주 메뉴로 시작한 식당이다. 최근에는 건진국시와 칼국수 류가 제대로인 식당으로 유명세를 탔다.

꿩 대신 닭이다. 서울 성북구 아리랑고개 언저리의 ‘봉화묵집’을 권한다. (개인적으로 단골이다)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찾기 힘든 장소에 있다. 좁은 골목길을 올라가면 자그마한 슬레이트 지붕의 식당이 나타난다. 경북 봉화 출신의 나이든 분들이 운영한다. 경당 고택의 건진국시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묵, 만두, 건진국시, 제물국시 모두 가능하다. 시내 곳곳의 안동국시에 비하면 한수 위다.

▲ 전북 임실의 ‘행운집’은 백양국수를 물국수(잔치국수), 비빔국수 등으로 내놓는다.

전북 임실에는 ‘행운집’이 있다. 인근에 태양건조국수로 유명한 ‘백양국수’가 있다. 이 태양건조국수로 국수를 말아낸다. 가격도 착하다. 3-4천 원대의 국수도 가능하다. 건면으로 말아내는 잔치국수도 좋고 호남 특유의 팥칼국수도 수준급이다.

본문에 소개된 맛집 정보

맛집 정보

1 라칸티나: 서울 중구 을지로 19 삼성빌딩 지하 1층 / 02-777-2579

2 봉화묵집: 서울 성북구 아리랑로19길 46-2 / 02-918-1668

3 경당 고택: 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 성곡리 264 / 054-852-2717

4 행운집: 전라북도 임실군 강진면 호국로 14-12 강진시장 / 010-4364-1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