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me >

Treat or Trick! 으스스한 할로윈 디저트 만들기

오랜만에 가족들이 부모님 댁에 모였어요. 그런데 서재 책상 위에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늙은 호박이 떡하니 올라앉아 있는 거예요. 얼마나 큰지 제 두 팔로 감싸도 모자랄 정도였어요. 엄마는 뿌듯한 얼굴로 저 호박으로 구수한 죽도 끓여 먹고, 전도 부쳐 먹자고 하셨죠. 옆에 있던 제 조카는 저렇게 큰 호박이라면 눈, 코, 입 모양내어 할로윈 등으로 쓰면 더 좋겠다고 중얼중얼 아쉬워했고요.

글_김민경(푸드 칼럼니스트)



생각해보면 우리 어머니 세대에게 늙은 호박은 아주 귀한 먹을거리였죠. 찬 바람 불 때, 겨우내 먹을 것이 궁할 때 푸짐하고 맛 좋은 양식이 되어주었으니까요. 상할 염려도 없고, 맛도 좋은데, 한 개만 쪼개도 먹을 게 한가득 나오고요. 게다가 단단한 호박 껍질만 벗겨내면 요리도 어렵지 않죠. 한편, 우리 아이들 세대에게 늙은 호박 하면 뭐니 뭐니 해도 10월 31일의 할로윈의 아이콘이죠. 으스스하면서도 짜릿한 할로윈의 마스코트는 단연 늙은 호박이니까요.

 

올가을이야말로 제 활약이 필요한 때입니다. 아이들은 속이 빈 호박을 원하고, 제 어머니는 호박 속살을 기다리니까요. 할로윈의 주인공인 잭 오 랜턴(Jack-O'-Lantern)을 만들기 위해서는 너무 크지 않은 늙은 호박을 골라야 손질하기가 수월합니다. 다만, 둥글고 균형이 잘 맞는 모양새라야 불을 밝혔을 때 예쁘겠지요.

 

잠깐, 할로윈에 왜 호박이 등장하는지 알고 계시나요? 아주 옛날에 아일랜드의 잭이라는 남자가 잔꾀를 부려 악마를 골렸다고 합니다. 악마는 그가 죽은 다음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암흑을 떠돌게 만드는 복수를 했고요.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던 잭은 악마에게 부탁해 작은 등을 하나 만들 수 있게 허락을 받았습니다. 숯을 구해 순무 속에 넣고 불을 밝혔죠. 이 순무의 역할을 지금은 호박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죠. 할로윈은 본래 죽은 이들을 기리는 의미로 푸짐하게 음식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축제와 같은 날이죠.

 

이날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이들의 영혼뿐 아니라 못된 악령도 함께 나타난다고 믿었죠. 그래서 악령보다 더 무서운 모습으로 분장하고 불을 밝혀 악령을 쫓아냈다고 합니다. 우리가 할로윈에 별별 재미나고 기괴한 분장을 하고, 잭 오 랜턴을 만드는 이유이죠. 그리고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웃집으로 찾아가 ‘과자를 안 주면 장난을 칠 거야(trick or treat)'라고 외치며 축제의 놀이를 즐겼고요.

 

자, 다시 늙은 호박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잘생긴 늙은 호박을 구했다면 우선 젖은 수건으로 표면을 꼼꼼히 깨끗이 닦아요. 꼭지 부분에 칼을 넣어 둥글게 파내세요. 이때 어른 손이 들어갈 만큼은 커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늙은 호박은 정말 단단한 편이니, 칼을 다룰 때 주의를 하세요. 꼭지를 떼어 낸 구멍으로 큼직한 숟가락을 넣어 속을 모두 파냅니다. 파낸 속은 큰 그릇에 잘 두세요. 이제 아이들과 함께 호박에 밑그림을 그리세요. 지그재그로 웃는 입, 조그마한 삼각형 코, 재미난 표정의 눈을 그려 넣고 칼로 모양을 파내면 끝입니다. 눈, 코, 입의 구멍이 큼직해야 나중에 초를 넣었을 때 불빛이 곱게 새어 나오니 너무 작게 파지는 마세요.

 

파낸 호박 살에서 씨를 골라내세요. 씨만 구워 간식으로 먹을 수 있거든요. 씨를 물에 잘 씻어 물기를 닦고 오일과 소금을 뿌려 살짝 버무려 170℃ 오븐에 넣고 노릇해지도록 10~20분 정도 구우세요. 이대로 먹어도 바삭하고 고소하여 맛있지만, 여기에 설탕을 솔솔 뿌려 버무렸다가 먹어도 됩니다.

 

파낸 호박 살은 냄비에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부어 푹 삶아요. 물이 부족하면 조금씩 더 넣고 으깨세요. 여기에 물에 갠 찹쌀가루를 넣고 잘 저으면 호박죽이 완성됩니다. 간은 소금과 설탕을 가지고 입맛대로 맞추면 됩니다. 수프로 만들어 먹고 싶다면 오일에 양파를 넣고 맛있는 향이 날 때까지 충분히 볶으며 소금 간을 조금 하세요. 호박 살은 물기 없이 찌거나, 물을 아주 조금만 넣고 푹 익히세요. 믹서에 볶은 양파와 익힌 호박을 넣고 곱게 갈아 냄비에 붓고 우유나 생크림을 부어 부드럽게 끓여 소금으로 간을 해요. 마지막에 작은 버터 한 조각을 넣어 녹여 완성하면 풍미가 훨씬 좋아요. 이건 저만의 팁인데 초간단 호박 수프를 알려드릴게요. 호박 살은 푹 익혀 두고, 인스턴트 수프를 끓여 완성하세요. 수프에 호박 살을 넣고 으깨가며 풀면 호박 수프가 눈 깜짝할 사이 완성됩니다.

 

할로윈에 으스스하고 재미난 간식이 없으면 섭섭하죠.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고 맛있는 건 역시 소시지 미라죠. 온라인 숍에서 판매하는 페이스트리 생지를 사두면 쉽게 완성할 수 있어요. 냉동 생지를 길게 잘라 원하는 크기의 소시지에 붕대처럼 돌돌 감아 오븐에 구워냅니다. 달걀지단이나 치즈를 둥글게 잘라 눈을 만들고, 그 위에 블랙 올리브나 검은깨 등으로 눈동자를 만들어 올려요. 먹기 전에 토마토케첩으로 피를 뚝뚝 흘리게도 해보고요. 바나나에 녹인 초콜릿을 씌워 줄줄 흐르게 굳힌 다음 눈코입을 장식하면 귀엽고 까만 유령을 만들 수 있어요. 식빵에 여러 가지 식재료로 못난이 얼굴을 그려봐도 재밌고, 시판용 머핀에 흰색 마시멜로우를 꽂고 눈동자를 재미나게 그려 넣어 보세요. 익은 호박 살에 전분을 조금 넣고 뭉쳐 둥글게, 길쭉하게 등 여러 모양으로 만들어 기름에 튀겨요. 여기에 재미나 장식을 해도 좋죠.



여러 가지 모양을 내기 편한 재료로는 슬라이스 치즈가 그만이죠. 게다가 검은색 치즈도 있으니 거미줄 같은 걸 표현해볼 수 있어요. 그림 그리기 좋은 재료로는 제과용 초콜릿 튜브가 있어요. 무엇이든 그리고, 글도 쓸 수 있죠. 재미난 모양의 시판용 젤리를 활용해 장식하는 방법도 있고요. 결과야 어떻든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깔깔 웃으며 손장난, 말장난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할로윈의 큰 그림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