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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웹진 추천 숨은 맛집 - ② 안동

 

길따라 맛따라 ②

면발에 깃든 양반가(家)의 풍류 안동국수

 

흔히 결혼을 앞둔 처녀, 총각에게 “결혼 언제 하느냐?”는 질문 대신 “국수 언제 먹여주느냐?”라고 묻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수 가락이 길고 이는 곧 장수를 뜻하니 결혼식에 국수를 대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 ‘국수=장수’라면 돌날, 환갑날에 사용해야 한다. 왜 느닷없이 결혼식인가? 국수가 장수를 뜻한다면 경북 ‘안동지방의 국수 제사’는 설명이 힘들다. 돌아가신 조상들에게 장수하시라고 국수로 제사를 모신다? 뭔가 어색하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조의 기록이 답을 대신한다. 태상왕(태종)의 수륙재(水陸齋)에 “(전략) 진전(眞殿)과 불전(佛前) 및 승려 대접 이외에는 만두(饅頭)·면(麵)·병(餠) 등의 사치한 음식은 일체 금단하소서”라는 내용이 그것이다. 국왕과 불상 앞, 승려 이외에는 만두, 국수, 떡을 내놓지 말라고 했다. 국수는 귀한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글 | 황광해 칼럼니스트

 

 

 

세종4년(1422년) 5월, 상왕(上王) 태종이 돌아가셨다. 세종에게 태종은 아버지이자 멘토며 은인이었다. 3남인 자신을 왕으로 등극시킨 사람이 태종이었다. 무서운 분이었다. 왕위를 물려준 다음 4년 동안 외교와 국방 등 힘든 일은 상왕인 태종이 다 해냈다. 세종에게 “힘든 일은 모두 내가 할 터이니 그대는 성군이 되소서”라고 했던 이다.


그런 상왕의 제사가 바로 그해 5월 17일(음력)의 기록에 나타나는 ‘태상왕수륙재’다. 당연히 음식 이야기도 나온다. 바로 “(전략) 진전(眞殿)과 불전(佛前) 및 승려 대접 이외에는 만두(饅頭)·면(麵)·병(餠) 등의 사치한 음식은 일체 금단하소서”라는 내용이다. 국왕과 불상 앞, 승려 이외에는 만두, 국수, 떡을 내놓지 말라고 했다. 국수를 하찮게 보는 것은 우리 시대의 깊은 오해다.


 

국수에 대한 오해와 진실


국수는 반가(班家)의 귀한 음식이었다. 귀한 음식이니만큼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의 주요 도구였다. 반가에서는 제사나 손님맞이에 어쩔 수 없이 국수를 사용했다. 상민(常民)들은 만들기 힘들고 손이 많이 가는 국수를 먹을 필요가 없었다. 일반인들은 평소엔 국수를 보지 못하다가 결혼식 정도에만 귀한 국수를 만날 수 있었다. 국수는 만들기 힘들고 일정한 준비 기간이 필요한 음식이었다. 결혼식은 이미 몇 달 전에 결정된다. 국수 재료를 구하고 국수를 만들 시간이 넉넉하다. 결혼식 때 국수를 먹을 수 있는 이유다.

 

대신 장례식장에는 육개장이 등장한다. 초상은 예고 없이 닥친다. 국수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육개장은 국수보다 한결 만들기 편하다. 별다른 반찬이 필요치도 않다. 그릇도 많이 필요 없다. 국밥 스타일로 내놓으면 되는 아주 편리한 음식이다. 요즘처럼 쇠고기로 만든 육개장을 먹기 이전인 조선시대에는 육개장이 개장국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 안동 경당고택. ‘경당(經堂)’은 《음식디미방》의 필자 안동 장 씨 할머니의 친정아버지의 호다.

이곳에 묵으면 제대로 된 안동 ‘건진국시’를 만날 수 있다.

 

 

국수에 대해 오해가 생기게 된 것은 오늘날의 국수 만들기가 예전에 비해서 너무 편해졌기 때문이다. 밀가루가 가지고 있는 글루텐 성분이 국수의 모양을 잡는다. 글루텐이 적거나 없는 쌀이나 메밀, 콩 종류는 국수를 만들기 힘들다. 한반도에는 밀이 잘 자라지 않았다. 대신 메밀을 널리 사용했다. 메밀은 국수로 만들기 힘들다. 막국수와 냉면 등은 메밀이 주원료다. 대신 전분을 섞어 쓴다.

 

얼마간 생산되는 밀은 대부분 누룩을 만드는데 사용했다. 조선 초기 문신 김종직은 시문집 《점필재집》에서 “…녹봉(祿俸)인 소맥으로 누룩을 만들어 술을 빚었더니 제법 향기가 강하게 풍기므로 혼자서 떠 마시면서…”라고 했다. 소맥은 밀이다. 봉급으로 받은 밀로 누룩을 만들고 술을 빚어 마신 것이다.

 

 

 

 

▲ 안동 하회마을(중요민속자료 제122호).

서민들의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선비들의 놀이였던 ‘선유줄불놀이’가 현재까지도 전승되고 있다.

 

국수를 만들려면 고운 가루를 만드는 기계와 전기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물레방아, 절구, 디딜방아 등을 사용했다. 고운 가루를 구하기 힘드니 국수는 귀한 음식이었다. 안동의 3대 고(古)조리서로 불리는 《음식디미방》에 따르면 압면(押麵), 착면(着麵)은 고운 가루가 귀할 때 사용한 국수 만드는 법이었다. 오늘날 강원도 산골에 남아 있는 올챙이국수가 바로 착면 방식의 국수다. 바가지에 구멍을 뚫고 옥수수 반죽을 억지로 밀어내리면 점도가 약한 반죽이 툭툭 끊어지면서 올챙이 모양의 국수(?)가 된다.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나고 우리나라는 국제 원조에 의해 지탱됐다. 1954년부터 1957년까지 저개발 국가에 대한 국제 원조는 총 85억 달러였다. 그중에서 한국이 가장 많은 10억 달러를 받았다. 한국 원조를 주도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은 1955년부터 약 10년 간 잉여농산물이었던 밀을 한반도에 무제한 공급했다. 이른바 '미 공법(美公法) 480조'였다. 《음식디미방》에서 ‘진ᄀᆞᄅᆞ=진가루=진짜 가루’라고 불렀던 밀가루가 지천으로 흔해졌다. 전국에 크고 작은 국수 공장들이 생기고 각 가정에서 칼국수와 수제비를 많이 빚어 먹었다. 그 이전에 국수는 여전히 귀한 음식이었다. 
 

 

 

▲ 안동 풍산장터(좌), 안동 구시장(우). 살거리, 먹거리가 풍성해 시장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귀한 손님에게는 귀한 음식을 안동국시

 

북에 평양이 있고 남에는 진주가 있다는 표현이 있다. 한양을 제외하면 평양과 진주가 가장 번성한 도시였다. 모두 큰 관청이 있는 곳이다. 갑오개혁 이전에는 경남, 경북으로 가르지 않고 경상좌도(慶尙左道)와 경상우도(慶尙右道)로 갈랐다. 한양에서 바라볼 때 낙동강으로 중심으로 왼쪽은 좌도다. 안동부터 경주, 밀양까지가 포함된다. 학문적으로 퇴계 이황의 후학들이고 대부분 벼슬로 나아갔다.

 

 

 

 

 

 ▲ 안동여행의 참맛은 하회탈춤과 병산서원, 도산서원 등 유·무형 문화유산들 속에서

친근한 우리네 전통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안동을 중심한 경북 북부지역은 유학자, 벼슬아치를 많이 생산한 곳이다. 오늘날에도 반가의 전통이 강한 곳이다. 유학자 즉, 사람의 일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관혼상제(冠婚喪祭)’다. 어른이 되는 일, 결혼식·장례·제사다. 이 중요한 행사들에는 늘 음식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귀한 국수는 반드시 필요했다. 안동 지방에서 결혼식과 제사에 국수를 사용하고 초상이 났을 때 육개장을 끓이는 이유다.

‘제물국시’와 ‘건진국시’는 안동지방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펄펄 끓는 물에 국수를 넣고 바로 삶아 먹는 것은 제물국시고, 삶은 국수를 냉수 처리한 다음 건져내서 다시 그릇에 넣고 국물을 붓는 것은 ‘한번 건진 국수’ 즉, 건진국시다. 
 

 

 

▲ 경당고택에서는 안동국시의 원형인 '건진국시'와 양반 집안의 아침 식사를 만날 수 있다.
미리 예약할 경우 국수 만드는 과정을 보고 건진국시 시식도 가능하다. 

 

밀이 귀하고 제분기가 없던 시절, 안동에서는 힘들게 국수를 만들었다. 절구나 맷돌 등으로 곡물을 거칠게 간다. 방에 병풍을 두르고 거칠게 간 곡물 가루를 부채로 날리면 무거운 입자는 바로 떨어지고 가벼운 입자는 멀리 날아간다. 멀리 날아간 입자만 모아서 국수 재료로 삼았다. 국수가 시원치 않은 안동의 잔치는 홍어가 없는 호남 잔치와 마찬가지였다.

 

식당은 아니지만 안동의 ‘경당고택’에서 제대로 된 건진국시를 만날 수 있다. ‘경당(經堂)’은 《음식디미방》의 필자 안동 장 씨 할머니의 친정아버지 장흥효의 호다. 경당고택은 친정이다. 미리 예약을 하고 400년 역사의 경당고택에서 하룻밤 묵으면 건진 국시를 만날 수 있다.

 

 

 ▲ 봉화묵집

 

 ▲ 새지천식당

 

 ▲ 안동

 

 ▲ 안동국시

 

 

서울 성북의 허름한 ‘봉화묵집’에서도 제대로 된 건진국시와 제물국시를 만날 수 있다. 찾기도 힘든 곳의, 값 싼 음식이지만 제대로 된 반가의 음식이다. 안동 인근인 경북 상주의 ‘새지천식당’도 안동국시가 아주 좋다.

 

마포 애오개의 ‘안동’도 안동국시, 안동 반가의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문어초회, 수육도 수준급이다. 압구정 현대백화점 대각선 골목 안의 ‘안동국시’도 안동국시와 문어초회 등을 내놓는다. 서울 양재동의 ‘소호정’도 대중적인 안동국시 전문점이다. 체인점도 여러 곳 있다. 

 


 

본문에 소개된 관광지 & 맛집정보

 

 


 관광 정보
1 - 경당고택
2 - 구시장
3 - 하회마을

4 - 풍산장터


 맛집 정보
5 - 경당고택
6 - 구시장

 

 그 외 지역 맛집 
새지천식당: 경상북도 상주시 지천동 317-1 / 054-534-6401
봉화묵집: 서울시 성북구 정릉2동 488-1 / 02-918-1668
안동: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105-137 / 02-3272-6465
안동국시: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12-2 / 02-548-4986
소호정: 서울시 서초구 양재2동 392-11 / 02-579-7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