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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재테크 전략 어떻게 할까?

은행이 더 이상 우리의 돈을 불려주지 못하는 저금리 시대가 됐다. 예·적금으로 목돈을 모으던 시대가 사실상 끝이 난 만큼 새로운 투자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주식투자다.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자산전략팀의 강현기 애널리스트를 만나 주식투자를 위한 조언과 2020년 재테크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애널리스트, 주식투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는 주식투자자들에게 등대 같은 존재다. 이들은 소속 금융사 또는 일반 투자자에게 투자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국내외 금융시장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향후 주가를 예측한다. 쉽게 말해 기업 가치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주가가 오르거나 내릴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자산전략팀은 채권전략, 글로벌크레딧, 주식전략 3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구성원들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내외 경제를 살피고 채권 및 주식에 대한 투자전략을 제시한다. 강현기 애널리스트가 파트장으로 있는 주식전략파트는 매일 오전 8시 전체 회의로 하루를 시작한다. 장이 열리는 오전 9시 전에 당일의 투자전략을 서로 공유하기 위해서다.

 

증권사 연구원을 떠올리면 책상 앞에 앉아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외근도 많다. 펀드 매니저 등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 진행은 물론 기업 탐방, 기업 설명회 등에도 참석한다. 한마디로 ‘연구한 내용을 고객에게 나누는 것’이 주된 업무라고 볼 수 있다. 강현기 애널리스트는 “내가 가진 지식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 직업에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저금리 시대, 해외주식에 관심 가져야

시중 은행에서 2%대 적금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되고 있는 만큼 초저금리 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는 어떤 자산관리가 필요할까. 강현기 애널리스트는 먼저 “일본의 투자문화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1980년대 일본은 전 세계 자금이 모여들어 경제적으로 호황을 누렸습니다. 일본인들은 자국의 부동산과 주식투자만으로도 충분한 자산관리가 가능했죠. 하지만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현상으로 경기가 침체된 이후부터는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접근이 용이한 해외채권에 관심을 가지다가 해외주식으로 관심이 이동했죠.”

 

이후 ‘와타나베 부인’이라는 신종 용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외환 관련 상품 수요가 늘어났다. 와타나베 부인이란 저금리 상황이 계속되자 여유자금을 가진 일본의 주부들이 일본 엔화를 대출받아 해외 고금리 국가의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데에서 생겨난 말이다. 와타나베(Watanabe)는 일본에서 가장 흔한 성으로, 일본의 개인 외환 투자자들을 통칭하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강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투자문화는 최근 8년 동안 압축적으로 변화했다. 2012년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횡보세가 되면서 일차적으로 눈을 돌린 곳은 해외채권이었다. 몇 해 전 나타난 브라질 채권의 인기가 이런 현상을 대표한다. 이 바통은 해외주식이 이어받았다.

 

“최근 해외주식을 향한 열기가 상당한 수준입니다. 아직 국내 투자자들의 외환 관련 상품 수요는 크지 않지만 이 역시 곧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한마디로 국내를 넘어 해외의 다양한 금융상품이 자산관리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관련 지식을 차근차근 쌓아두는 것이 현시대의 자산관리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과거를 교훈 삼아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야

지난해 국내 증시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컸다. 많은 사람들이 미중 간의 무역 분쟁과 협상을 주요 원인으로 꼽지만 강현기 애널리스트는 “이는 표면적인 현상이며 직접적인 원인은 경기 둔화를 의식한 주요국, 특히 미국이 시행한 금융완화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9년 상반기 미국에서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며 경기에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하반기 동안 기준금리를 세 차례 내렸다. 또한 올해 6월까지 매월 600억 달러를 풀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9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국내외 주식시장에는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동성 장세란 기업 실적과 상관없이 주식을 사려는 수요, 즉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는 경우를 말한다.

 

강 애널리스트는 “현재 유동성의 힘이 크기 때문에 이에 초점을 맞춰 올해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주입하는 2020년 상반기에는 주식시장이 견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 추가로 오를 정도는 크지 않다고 봅니다. 덧붙여 돈의 힘이 약화될 수 있는 6월 전후로는 위험관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집계된 달러 유동성 공급 규모는 과거 2010년 1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진행됐던 양적 완화 정책(QE2)에 준한다. 과거 2011년 유동성 장세 때도 연준의 달러 공급이 추가로 이뤄지지 않는 시점부터 주식시장이 흔들린 사례가 있었다. 강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이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지는 않겠지만 과거의 교훈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목 고르기보다 중요한 위험관리

강현기 애널리스트는 2020년 투자 전략 방법으로 두 가지를 조언했다. 상반기에 기대수익률을 낮추며 짧게 투자하거나, 하반기에 저렴해진 주식을 담아두는 것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후자를 추천했다. 이때 선택해야 할 주식은 향후 전망이 뛰어난 것보다는 저평가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강 애널리스트는 “투자를 할 때 좋은 종목을 고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위험관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종사하는 동안 다양한 투자의사결정시스템을 접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에 국한되지만 가장 훌륭한 것도 그 승률이 장기적으로 60%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다시 말해 투자자는 40%의 확률로 얼마든지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투자 자금은 적절히 분산하고,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는 투자 대상물에 대해서는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등의 위험관리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2020년 2월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식시장의 낙폭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유동성 확장 정책을 펼치고 있고 우리 정부도 비상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을 검토하고 있어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식시장에는 ‘이벤트에 의한 하락은 가장 빨리 회복되며, 수급으로 인한 하락은 회복에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고, 아무런 이유가 없는 하락은 이 같은 내림세가 지속될 여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지금 주식시장은 위 세 가지 중 첫 번째에 해당한다. 강현기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 참여자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코로나19의 극복 가능성에 대해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직간접 경험 통해 나만의 투자원칙 세워야

많은 이들이 재테크 방법으로 주식을 선택하지만, 주식이 낯선 사람도 여전히 많다. 강현기 애널리스트는 “주식 초보라면 주식을 비롯한 금융의 역사 먼저 공부하라”고 권했다. 이는 DB금융투자의 신입 직원들에게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수십 년의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쌓아나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투자원칙을 정립하는 데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직접 투자를 통해 경험을 쌓고 원칙을 마련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패를 맛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학습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보유 자산으로 예·적금을 갖고 있고 부동산, 주식이 뒤를 이었다. 주식투자는 이제 재테크의 핵심이자 기본이 됐다. 많은 투자자들은 흔히 ‘대박’을 꿈꾸며 주식을 시작한다. 하지만 선행돼야 할 것은 주식투자 대한 공부와 직간접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강현기 애널리스트의 올해 목표는 ‘구성원들이 다음 단계로 들어설 수 있도록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를 비롯한 금융인은 세 단계를 거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생존, 두 번째는 성장, 세 번째가 완성의 단계입니다. 최근 업계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력이 있다면 어디에서든 주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본을 다져서 모두 한 단계 더 나아가는 2020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