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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트렌디한 밸런타인 디저트

글_ 오승해(디저트&커피 칼럼니스트)

바야흐로 파르르한 겨울의 기세가 서서히 꼬리를 내리고 있다. 작년과 비교해 올해는 시베리아를 연상시킬 만큼의 추위는 없었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 특히 싱글이라면 종종 찬바람이 불고 눈바람이 펄펄 날릴 때마다 누군가 옆에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분명 꿈틀거렸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시기의 밸런타인데이는 참으로 시기적절한데, 냉랭한 기운의 끝자락에서 행여 따뜻한 손을 잡아볼 수 있는 로맨틱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14일의 원칙과 변칙

매년 2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St. Valentine’s Day)다. 이 날에 대한 유래는 분분하지만 사랑하는 남녀를 부부로 맺어주려다 순교한 성(聖) 밸런타인 신부의 기일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에서 건너와 상업적인 행사로 고착되면서 의미가 다소 퇴색되었다는 지적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남녀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거나 남성이 적극적으로 애정을 보여주는 사례가 더 많다. 대신 그들에게는 3월 14일의 화이트데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참고로 사회학자들은 매월 14일마다 이벤트가 벌어지는 현상을 두고 ‘포틴 데이(the Fourteen day)’라고 부르며 유난히 10대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고 정의했다.

 

2월이면 대형마트를 비롯해 편의점과 H&B 스토어에 초콜릿이 산처럼 쌓인다. 마음은 전하고 싶고 여건이 되지 않을 때 응급조치로 초콜릿 박스를 건넬 수 있겠지만, 사랑하는 이에게 용기를 내어 전할 말이 있다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터. 그래서인지 요즘엔 개성 있는 디저트로 마음을 드러내는 연인들이 많다. 케이크나 초콜릿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유명 디저트 숍에서 개인 주문을 넣어 세상에 하나뿐인 디저트를 선물하기도 한다.

 

 

마들렌, 피낭시에… 초콜릿 아니어도 괜찮아

단 것을 싫어하고 크림이 풍성하게 올라간 디저트가 부담스럽다면 미니멀한 구움과자를 권한다. 대표적인 구움과자로는 마들렌과 피낭시에가 있다. 커피와 잘 어울리는 디저트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구움과자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디저트 숍까지 생겨났다.

 

마들렌과 피낭시에의 주재료는 설탕과 버터, 달걀과 밀가루다. 이들의 차이점이라면 버터의 준비과정이 조금 다르다는 것. 피낭시에는 녹인 버터 대신 헤이즐넛 버터(버터를 갈색이 되도록 태운 상태)를 쓴다. 버터 속의 수분을 날리기 때문에 유지방 농도가 더 진하다.

 

▲ 대표적인 구움과자로 꼽히는 마들렌(왼쪽)과 피낭시에(오른쪽)

기본 재료에 상큼한 향을 가진 레몬이나 라임 등의 시트러스 향을 첨가하기도 한다. 지금은 얼 그레이와 말차를 기본 라인업에 넣고 있는 추세. 진한 커버춰(couverture) 초콜릿을 녹여 붓거나 잼과 콩피를 넣기도 하고, 볶은 견과류를 넣어 고소하고 향긋한 버전을 만들기도 하는 등 단순해 보이는 구움과자의 진화는 상당히 다채롭다.

 

피낭시에, 증권맨이 사랑한 금괴 모양의 디저트

 

피낭시에(Financier)는 프랑스어로 ‘금융의’라는 의미를 지닌다.

1890년경 파리의 증권거래소 근처에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던 제과사 라슨(Lasne)에 의해 만들어졌다.

제과점 손님들은 주식 중개인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들은 손가락을 더럽히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원했다.

이에 라슨은 금괴를 닮은 디저트 피낭시에를 만들었다. 피낭시에는 크기가 작아 주머니에 보관하기가 좋고

잘 부서지지 않으며, 유통기한도 길어서 이후 파리의 증권거래소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건강하고 화려하게, 도넛의 다양한 변주

도넛은 최근 1~2년 사이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된 디저트로 고급스러워지고 다양해졌다. 영양가 없이 달기만 하고 기름에 튀겨낸 스낵이란 인식이 강해 양심상 쉽게 허락되지 않았던 이 도넛이 현저히 달라진 것. 아이싱의 재료와 종류가 풍요로워졌을 뿐만 아니라 필링이 채워지고 크기도 훨씬 커졌다. 반대로 미니 도넛은 음료 위에 퐁당 올려 먹기도 하고 그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사실 도넛시장은 세계적으로 위축세다. 대표적인 도넛 브랜드인 던킨도너츠 미국 본사는 올해부터 ‘도너츠’를 떼어낸 ‘던킨’으로 브랜드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도넛 전문점이 생겨나는 건 의외의 현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 오픈하는 도넛 전문점들은 지금을 오히려 기회로 보고 있다. 도넛이라는 익숙한 디저트에 맛은 물론 모양과 크기를 달리해 보는 재미까지 더한 것이다.

 

▲ 베이컨을 올린 단짠단짠 도넛, 견과류를 잔뜩 올린 고소한 도넛 등 맛도 모양도 다양하다.

도넛의 본고장인 미국의 로컬 숍에서는 튀기지 않는 방법으로 도넛을 생산하는 등 이미 오래전부터 제품을 개선해 왔다. 한 가지 재미있는 통념은 여자보다 남자가 도넛을 더 좋아한다고. 믿거나 말거나이긴 하지만 주변만 살펴봐도 도넛을 즐기는 이들 가운데 남성들이 의외로 많다.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독특한 아이싱과 중독적인 맛을 뽐내는 도넛 박스는 새로운 제안이 될 것이다.

 

 

의외의 맛과 인기를 누리는 비건 디저트

디저트 트렌드의 추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디저트 숍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버터와 크림 등의 유지방, 달걀을 사용하지 않고 빵을 만들거나 밀가루 대신 견과류나 곡물가루를 넣는 식이다.

 

육식을 하지 않는 이들을 채식주의자라고 한다면 비건은 채식주의 분류에 속하는 다이어트 방법으로 동물성에 해당되는 모든 것을 금한다. 꿀도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물성 성분을 가진 화장품 역시 사용하지 않는다. ‘육류와 지방이 없는 음식이 어떻게 맛이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되지만, 채식을 하는 이들에게 물어보면 채소로 만든 디저트와 요리들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디저트 숍에 가면 생각보다 맛있고 다양한 아이템에 놀랄 것이다. 버터와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건강과 환경을 신경 쓰는 친환경 열풍이 거세지면서 비건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채식주의자나 비건이 아닐지라도 담백한 맛과 건강을 고려한 디저트를 한 번쯤 맛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테다.

 


<트렌디한 디저트 숍 추천 리스트>

 

①구움양과(구움과자)

위치: 서울 중구 을지로 157 대림상가3층 라열 351호

문의: 010-2972-0413

 

②올드페리도넛(도넛)

위치: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7길 66

문의: 02-6015-2022

 

③홀썸(비건 베이커리)

위치: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31길 13

문의: 010-8754-3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