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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휘날리며 찾아온 대단한 겨울 손님, 방어

글_김민경(푸드 칼럼니스트)
채소나 과일은 제철이 무색해진 지 오래다. 저장기술이 좋아지고 하우스 재배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당근이 제일 맛있는 계절이 겨울이었나 싶고, 여름 갈증에 최고인 오이는 사철 내내 풍성하다. 편리함이 좋기도 하지만 아쉬움, 소중함, 기다림 따위와 멀어지는 것 같아 한편 안타깝다. 다행이라면 해산물은 여전히 제철 제맛을 조목조목 따지고, 기다리고, 벼르다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봄에는 두툼하게 살찐 도다리와 탱탱한 주꾸미가 있다. 여름에는 뭐니 뭐니 해도 민어를 따라올 생선이 없다. 가을엔 전어, 새우, 조개 등 감칠맛 나는 것들이 넘쳐난다. 차갑고 시린 겨울엔 고등어와 방어처럼 기름진, 등푸른생선의 맛이 차오른다.

 

겨울 고등어의 진미는 활어회이다. 그러나 바닷가에서 멀어지면 고등어 회를 맛보기는 힘들다.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죽기도 하며, 회보다는 구이나 조림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에 도시까지 살아서 오는 고등어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방어는 머나먼 바다로부터 먼 도심에까지 거뜬히 와 닿는다.

 

 

 

생선 한 마리에 맛은 여러 가지

방어는 큼직하게 자라는 동안 이름이 여러 번 바뀐다. 영덕과 울릉 등의 경북에서는 길이 10cm의 방어는 곤지메레미, 15cm는 떡메레미, 30cm는 메레기(혹은 메레미, 되미, 피미)라 불린다. 60cm 이상으로 자라야 비로소 방어라고 불린다. 강원도에서도 떡마르미, 이배기 등으로 크기마다 다르게 부른다. 시장에 나오면 길이보다 무게가 중요하다. 3kg 내는 소방어, 5kg 내외의 중방어, 8kg 내외의 대방어 그리고 10kg가 넘어가면 특대 방어로 분류한다.

 

방어는 이른 봄에 산란을 위해 11월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먹이를 먹으며 자기 몸을 살 지운다. 따뜻한 물에서 산란하는 방어는 남해와 제주도 쪽으로 내려가는데 최근에는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동해, 대진, 속초, 포항 등에서도 많이 잡힌다. 동해 방어의 풍어 소식은 뭍사람이 신선한 방어를 보다 손쉽게 맛볼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대방어 한 마리를 잡으면 마치 여러 마리의 생선을 한데 모아 먹듯 다채로운 맛을 볼 수 있다. 꼬리부터 등으로 이어지는 등살은 붉은 색을 띠며, 탄력 있는 살집에선 깔끔한 맛이 난다. 마블링이 훌륭한 쇠고기를 연상시키는 연분홍색 뱃살은 기름기와 살코기가 조화로워 부드럽고 감칠맛이 좋다. 사골 국물처럼 뽀얀 우윳빛이 나는 배꼽살은 기름지고 연해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는다. 흰 살 생선처럼 맛이 개운하고 찰진 식감의 갈빗살도 있다. 대가리에서도 턱, 볼, 아가미에 붙은 살을 발라내면 한참 나온다.

 

 

양념, 조리 등 방어 먹는 방법도 다양해

부위별로 맛이 다양하니 곁들이는 양념도 입맛 따라 제각각이다. 고추냉이를 푼 간장과 새콤한 초장은 기본이다. 다진 마늘과 파, 통깨, 참기름을 넣어 양념한 쌈장, 여러 가지 양념에 고춧가루를 푼 간장, 구운 소금이나 누룩 소금에 살짝 찍어 먹어도 맛있다. 신 김치나 양념을 씻어낸 묵은지에 싸서 먹기도 하고, 생김을 살짝 구워 방어를 감싸 참기름에 콕 찍어 먹기도 한다. 또 한 가지, 초대리(배합초)로 간을 한 밥에 방어살 한 쪽씩 얹으면 다른 양념이 필요 없다. 밥에서 나는 단맛이 방어의 기름진 맛과 찰떡궁합이다.

 

비단 회뿐이랴. 방어 대가리는 굵은 소금을 골고루 뿌려 직화로 구워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물론 대가리로 육수를 내어 탕을 끓이면 다디달고 시원하다. 그래서 대가리는 항상 구울까 끓일까 갈등이 생기는 부위이다. 방어로 탕을 끓일 때는 등뼈를 함께 넣고 우려야 더 구수하다. 육수의 제맛을 보려면 매운탕보다는 맑은 탕이 좋다. 맑은 탕에는 기름진 라면보다는 쫀득쫀득한 수제비나 칼국수 사리가 더 어울린다.

 

 

대방어가 낯설다면 소방어부터

대방어라는 거대하고 귀한 맛을 보려면 여럿이 모여야 흥도 나고, 다양한 부위 맛을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대방어 먹는 날을 잡기가 수월하지는 않다. 이럴 땐 아담한 소방어가 제격이다. 특히 등푸른생선 회에 익숙하지 않다면 소방어부터 맛보길 권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기름기는 부드러움을 선사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감칠맛이 나며, 쫄깃한 살집 맛이 좋다. 게다가 소방어라 해도 살이 많고 기름기가 있어서 두세 사람이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체로 방어는 활어로 즐기는데 숙성회도 한번 맛볼 만하다. 활어는 꼬독꼬독하게 씹는 맛, 밀도 있게 차진 맛, 살살 녹는 맛처럼 살집의 개성이 그대로 살아 있다. 반면 숙성회는 살이 한결 부드러워지면서 부위마다 서로 다른 맛이 확연히 도드라진다. 숙성은 짧게는 2~3시간부터 길게는 3일까지 한다. 숙성회를 하는 집은 찾기 쉽지 않은데 최근에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숙성회를 선보이는 곳도 있다고 한다.

 

<방어 횟집 추천 리스트>

바다회사랑(활어회)

위치 : 서울 마포구 동교로 27길 60

문의 : 02-338-0872

 

부안수산(활어회·숙성회)

위치 : 서울 동작구 노량진1동 노량진 수산시장 신건물 활어 168호

문의 : 02-821-2309

 

안주마을(활어회)

위치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길 15

문의 : 02-723-3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