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me >

이건 무슨 말이야? 경제 신조어 알아보기

경제노트

이건 무슨 말이야?

경제 신조어 알아보기

By동동이

요즘 세상 많이 바뀌었다는 말을 자주 듣죠? 세상 많이 바뀌었다는 말을 실감하는 때는 언제인가요? 동동이는 며칠에 한 번씩 튀어나오는 다양한 신조어를 듣고, 그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세상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곤 해요. 2019년 우리 사회를 비추는 경제 신조어를 소개합니다. 시대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이 단어들을 잘 살펴보면, 경제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요즘은 ‘퍼플오션’이 대세, 레드오션 속의 블루오션!

레드오션, 블루오션… 오션이 들어간 여러 경제용어를 보신 적 있죠? 퍼플오션은 보랏빛 바다라는 뜻인데,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만들어지는 보라색이 들어간 경제용어예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개념 ‘퍼플오션’은 레드오션 속의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어요. 퍼플오션은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과 유망시장을 일컫는 블루오션의 장점만을 조합한 새로운 시장을 의미하죠. 이미 포화상태에 진입해 경쟁이 치열한 기존 시장에서 발상의 전환과 기술 개발, 서비스 혁신을 통해서 기존과 다른 독창적인 파생 시장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퍼플오션은 미치 코헨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 부회장과 존 스비오클라 익스체인지 소장(PwC의 비즈니스 싱크 탱크)의 저서 <억만장자 효과>에서 처음 나온 말이에요. 그들은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Forbes)가 제시하는 전 세계 억만장자 중 자수성가형 인물 120명을 임의로 선택해 사례를 연구했는데, 이들의 80% 이상이 기존의 레드오션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 보랏빛 바다, 즉 퍼플오션 전략을 취했다고 분석했어요.

 

기업 입장에서는 블루오션을 찾는 데 따르는 위험과 비용을 줄이면서 동시에 차별화를 통해 레드오션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퍼플오션이야말로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는 전략인 것이죠.

 

(출처: 롯데 공식 블로그)

퍼플오션의 대표적인 예는 소재 하나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해 파급효과를 노리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예요. 웹툰이 성공하면 그 웹툰을 원작으로 드라마를 만들고 영화도 만들어서 하나의 원작을 최대한 활용하죠. 사진이나 캐릭터 상품으로도 응용해 끊임없이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냅니다.

 

퍼플오션의 예는 각 업계마다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어요. 식품업계에선 소비자 수요를 조사해 기존의 형태를 새롭게 조합한 메뉴를 개발해 퍼플 오션을 발견하기도 하죠. '단짠' 감자칩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허니버터칩'을 비롯해 오랫동안 인기가 있던 죠스바를 떠먹는 형태로 개발하거나 위아래가 바뀐 수박바를 내기도 합니다.

 

블루오션, 퍼플오션 역시 언젠가는 레드오션이 되겠죠? 대중의 욕구는 진화하고 경쟁자가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 조기 은퇴를 준비하는 ’파이어족’

‘무 지출 데이’라고 들어 보셨어요? 무 지출 데이는 파이어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짠테크 방법 중 하나랍니다. ‘파이어(FIRE)’ 운동은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을 토대로 자발적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추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런 움직임을 일컫는 말이에요.

 

이들은 20대부터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여 재정적 여유를 확보한 뒤 이르면 30대 후반, 늦어도 40대에는 은퇴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죠. 미국에서 먼저 시작된 말이지만 한국의 직장인들도 파이어족을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최근 한 취업 포털 사이트의 ‘짠테크 현황과 파이어족 의사’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짠테크를 하고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들이 56.7%였어요. 짠테크란 ‘짜다’+’재테크’의 합성어로 구두쇠처럼 알뜰하게 돈을 아끼는 것을 의미하죠. 또한 ‘젊은 시절 짠테크를 통해 조기 은퇴를 할 의사가 있는, 이른바 파이어족이 될 생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47.8%에 달했답니다.

 

직장인들이 짠테크를 위해 줄인 비용은 외식비(54.1%), 의복비(52%), 음주비(45.5%), 문화생활비(34.8%), 식료품비(34.5%) 순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20대 직장인 중에는 의복비를 줄인 경우(48.7%)가 가장 많았어요.

 

이들이 꼽은 짠테크 방법으로는 ‘절약하는 습관 만들기’가 61.6%로 가장 높았어요. 이어서 ‘웬만하면 돈을 쓰지 않는 것’, ‘술자리를 가지 않는 것’, ‘투잡/알바를 하는 것’, ‘잔돈을 따로 모으는 것’, ‘약속을 잡지 않는 것’, ‘매일/매주 저축하는 것’, ‘취미생활에 돈을 쓰지 않는 것’ 순으로 습관 만들기와 비슷한 맥락의 짠테크 방법이 언급되었죠. 파이어족 짠테크의 정점에는 한 달 중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동안 생활비 0원으로 생활하는 ‘무 지출 데이’를 실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답니다.

 

파이어족의 조기 은퇴를 위해 필요한 목표 재산은 평균 14.1억 원인데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젊은 나이부터 은퇴를 준비하는 파이어족, 이들의 성공적인 조기 퇴직을 위해서는 단순히 돈을 안 쓰는 짠테크 뿐만 아니라 체계적이고 정확한 재무 설계도 동반되어야 하겠죠?

 

 

▎잃어버린 잠을 찾아서, ‘슬리포노믹스’

바야흐로 잠도 상품이 된 시대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양질의 수면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점점 증가하고 소비자의 니즈에 발맞춰 관련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어요. 우리가 숙면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으로 성장 중인 새로운 산업을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수면산업)라고 해요.

 

슬리포노믹스가 포괄하는 영역은 넓은데,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기능성 매트리스, 베개, 이불 같은 숙면 유도 기능성 침구류와 기능성 수면 안대, 수면 양말, 잠옷, 수면 촉진 식품 등 수면 관련 생활용품, ICT(정보통신기술), IOT(사물인터넷) 등을 도입해 수면 상태를 점검하고 수면의 질을 분석해 숙면을 유도하는 제품 모두 슬리포노믹스에 들어가는 상품이에요.

 

수면 상담, 슬립 코디네이팅, 수면 캡슐, 수면 카페, 영화관 내 시에스타 서비스 등의 수면공간 제공 서비스 역시 슬리포노믹스에 속하죠. 슬리포노믹스 영역은 빠르게 확장돼 가고 있는 추세예요.

 

(닥터자르트 숙면연구소 - 출처 : 닥터자르트)

약 20조 원의 슬리포노믹스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에서는 작년 3월 뉴욕에 일명 낮잠 카페라 불리는 ‘냅 욕(Nap York)’이 오픈 되어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일본의 캡슐 호텔을 고급화한 1인용 수면 공간으로 30분에 12달러만 지불하면 쾌적한 취침 환경에서 잠을 청할 수 있어 직장인부터 브로드웨이 관계자까지 다양한 이용자층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도 영화관의 ‘시에스타’ 서비스, 뷰티 업계의 ‘숙면 연구소’ 운영 등 업계를 막론하고 현대인의 숙면에 초점을 둔 ‘슬리포노믹스’ 열풍이 일고 있어요.

 

멀티플렉스 CGV에서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에스타(Siesta)’ 서비스를 영화티켓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제공하는데, 좌석 대여, 음료, 담요, 슬리퍼까지 제공하며 리클라이너 좌석에서 최대 90분 동안 낮잠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글로벌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자르트는 신사동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에 3층 규모의 ‘숙면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에 걸맞게 스트레스, 열대야 등으로 인해 쉽게 잠들지 못하는 현대인의 일상에 주목해 양질의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다채로운 전시와 체험을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답니다.

 

앞으로 질 좋은 수면을 취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행위도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주택으로 계층 나뉘는 시대, ‘하우스 디바이드’

'하우스 디바이드'란 주택 유무에 따라 계층이 갈리는 현상을 의미해요. 1990년대 중반 인종, 소득수준, 교육 등에 따라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나뉘면서 정보 접근성에서 계층 간의 격차가 커지는 것을 의미했던 '디지털 디바이드'라는 단어에서 유래했어요.

 

얼마 전까지도 사회적 갈등 논란이 임금 격차였다면 최근에는 주택의 유무, 지역별 집값의 격차가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하우스 디바이드 현상은 특정 세대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청년층부터 노년층까지 세대를 불문하고 나타나고 있어요.

 

결혼을 앞둔 20~30대에게는 직장과 연봉 못지않게 집 주소 역시 하나의 스펙이자 계급이 됐어요. 소개팅과 맞선 자리에서는 물론 배우자의 부모들 역시 서울에서의 거주 여부를 주요 관심사에 두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다니더라도 결혼 후 서울에서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지금 서울에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 중인 이들은 정상적으로 돈을 벌어 산 것이 아니라는 불신과 박탈감이 심해요.

 

40~50대 직장인 역시 하우스 디바이드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직장에서도 모임에서도 심지어는 명절 가족과 만남에서도 주택 보유와 가격은 주된 관심사가 된 지 오래됐기 때문이에요. 더욱이 자신뿐 아니라 아이들이 혹여나 상처를 받게 될까 걱정이 두 배가 된답니다.

 

60~70대 노년층 역시 마찬가지예요. 이들은 자식에게 서울에 번듯한 집 한 채를 물려줄 수 없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며 주택 보유자라도 소득은 없이 세금만 내는 것이 부담스러워 보유 중인 아파트의 매매를 고려하는 이들이 많아요.

 

하우스 디바이드는 미국의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남북전쟁 당시 나라의 분열과 갈등으로 미국이 양극단으로 분리되는 것을 묘사하며 처음 사용한 용어예요. 주택시장에 이런 극단적인 용어가 등장한 것은 그만큼 시장의 양극화가 심하고, 이것이 곧 계층화로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죠.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자본 격차가,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 격차가 사회 문제를 야기했듯이 이제는 주택 격차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나타낸 씁쓸한 경제용어입니다.

 

 

▎나를 위한 가치 소비, ‘미코노미’

동동이는 최근 1인 가구 전성시대라는 것을 실감하는데요.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욜로(YOLO)',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자신만의 여가생활을 즐기는 '나홀로족', 혼자만의 소비생활을 즐기는 '일코노미(1conomy)',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의 관습보다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트렌드인 '나나랜드', 가치를 두는 제품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포미족'이란 개념들이 쏟아져 나왔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요즘은 '미코노미(Meconomy)'라는 용어마저 등장했어요. 포미족이 가치 있는 제품에 몰입했고, 일코노미가 1인 가구의 소비에 집중했다면, 미코노미는 오로지 '나'에게 투자하는 데 중점을 둔답니다.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만족할 수 있는 소비를 하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지요.

 

나를 뜻하는 'Me'와 경제를 뜻하는 'Economy'를 합쳐 만들어졌는데 원래 '내가 주체가 되는 경제활동'이었지만 요즘은 '나를 위한 소비'로 그 의미를 확장해 사용해요. 제레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 (The Age of Access)>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인플루언서, 세포마켓, 1인 가구 등 홀로 소비생활을 이끌어가는 이들이 많아지며 자주 사용하는 용어가 됐어요.

 

미코노미는 무조건적인 사치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조금만 더 투자하는 소비를 하기 때문에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잠시 쉬는 시간에도 몸과 마음이 완벽하게 편안해줄 수 있게 하며, 나의 취향에 따라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것 등 '내게 지금 주어진 선택지 중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려는 마음'이 미코노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미코노미가 두각을 나타내는 부분은 당연 먹거리인데요. 편의점에만 가도 알 수 있어요. 혼밥족을 위한 단순한 소포장 상품은 다양해진 종류와 함께 고급 식당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음식들도 널려 있어 선택의 폭이 훨씬 넓고 풍성해졌죠.

 

만족한 취미 생활을 위한 소비에도 금전을 아끼지 않아요. '어른이(Kidult)'를 위한 값비싼 피규어 수집, 신규 게임기, 내 방을 위한 값비싼 인테리어 용품 구매, 럭셔리 브랜드 제품의 소장, 반려동물에게 건강한 수제 간식을 먹이거나 귀여운 코스튬 의상을 구매해 입히는 것 모두 미코노미 소비라고 할 수 있어요.

 

여가 생활도 마찬가지예요. 필라테스나 요가, 발레, 골프, 클라이밍 등 고급스러운 취미로만 여겨졌던 분야가 이젠 대중화됐답니다. 호캉스 열풍도 여전하죠. 하루를 쉬더라도 푹 쉬고 싶은 사람들이 접근성이 좋은 도심의 호텔에서 수영, 요식, 헬스, 숙박을 즐겨요.

 

지금 여러분의 소비는 어떤 가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포기하는 것도 많은 요즘, 미코노미는 작은 만족을 실천하려는 요즘 사람들의 소심한 의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있는 오픈 키친 다이닝 바의 1인 좌석 - 출처 :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

끊임없이 생겨나는 경제 분야의 신조어들. 신조어는 재밌고, 쉽고, 기발하면서도 빠르게 변하는 세태와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죠. 그 어원과 의미, 배경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경제가 보입니다. 동동이가 오늘 알려드린 다양한 신조어로 경제 트렌드도 파악하고 경제 인싸도 되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