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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싸’들이 가는 그 곳, 소셜 살롱

트렌드리포트

요즘 '인싸'들이 가는 곳

소셜 살롱

By동동이

서로의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하고 이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살롱’이 뜨고 있다. 살롱에 모인 사람들은 어떤 주제로, 어떻게 소통하고 있을까.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20-30대 젊은 세대까지 사로잡은 살롱 문화에 대해 알아봤다.

 

난 퇴근하고 ‘살롱’에 간다

“책 판매량은 꾸준히 줄고 있는데, 오프라인 독서 모임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요. 참 재미있죠?” 출판계 한 인사의 자조 섞인 푸념이다. 이는 요즘 유행하는 ‘살롱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다.

▲17세기 프랑스 문예부흥을 이끌었던 살롱의 풍경

 

프랑스어로 객실이나 응접실, 또는 사교 집회를 뜻하는 ‘살롱(salon)’은 17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했다. 신분제가 존재했던 시대지만 살롱에서만큼은 귀족과 부르주아를 구분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각계각층의 지식인들이 귀족의 저택에 모여 문학과 도덕, 예술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했다. 오로지 예술과 문화, 토론으로 점철된, 그야말로 당대 유럽의 계몽정신을 온전히 구현한 문예운동이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각광받고 있는 ‘소셜 살롱’은 이러한 프랑스 살롱 문화와 많이 닮아 있다. 우선 정해진 장소에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취향과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는다는 데서 그렇다. 살롱에서는 서로의 직업이나 나이를 묻지 않는다. ‘OO님’이라고 부를 뿐이다.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주제에 대해 관심만 있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고,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도 지양한다.

▲학림다방 내부 모습(출처_학림다방 홈페이지)

 

다방에서 시작한 우리의 살롱 문화

역사를 되짚어 보면 우리에게도 ‘살롱 문화’는 있었다. 바로 ‘다방’이다. 형태나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한국의 근현대사에 처음 등장한 다방의 모습은 예술가나 영화감독이 주로 모이는 공간이었다. 그 중에서는 실제로 예술가나 문인이 직접 운영하는 다방도 많았다. 천재 문학가 이상이 운영했던 ‘제비’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당대 문인들이 모이는 일종의 사랑방 구실을 했다. 경영난으로 ‘제비’가 문을 닫은 후에도 이상은 ‘쯔루’ ‘무기’와 같은 다방을 운영하며 문인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했다. 좀 더 가까운 과거를 찾아보면 동숭동 대학로에 ‘학림다방’이 있었다. 현재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 중 한 곳으로 손꼽히면서, 대학생들의 아지트를 넘어 브랜드가 된 곳이다. 다방은 그렇게 늘 역사 속에서 문화와 트렌드를 선도하는 사람들의 차지였다.

 

자아를 찾아가는 공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대인들의 ‘자아 찾기’에 대한 열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소셜 살롱을 찾는 40-50대 직장인들이 부쩍 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독서나 영화 등에 한정됐던 주제도 요즘은 요리, 음악, 글쓰기, 경제, 미술, 건축, 라이프스타일로 훨씬 다채로워졌다. 얼핏 동호회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취미를 매개로 또래끼리 모여 친목을 다지는 동호회와 달리 살롱은 상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확장시키는데 중점을 둔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지식과 사고를 공유하는데서 오는 만족감도 크다. 예전에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에게 지식을 배웠다면, 지금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지식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다.

▲사진출처 : 취향관 인스타그램                                                                           ▲사진출처 : 문토 홈페이지

 

살롱, 각광받는 스타트업이 되다!

살롱은 이렇게 산재된 지식을 자신에게 맞게 꿰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SNS세대의 니즈를 정확히 겨냥한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소확행, 워라밸,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등의 사회적 현상이 더 확장될수록 살롱의 인기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각양각색의 오프라인 모임의 경우 그 규모가 몇 년 사이 크게 확장되면서 스타트업으로까지 주목 받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책을 읽고 만나는 독서토론모임 ‘트레바리’는 2016년 회원 80명으로 시작해 회원 수 2천 명(2018년 상반기 기준)을 돌파했다. 국내 대표적인 소셜 살롱인 ‘문토’는 2017년 3월 2개의 모임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27개를 운영 중이다. 인원수는 각 모임에 따라 8~20명 등 리더와 구성원들의 의견에 따라 정해진다.

 



<당신의 취향은 무엇입니까?>

"트레바리"


‘돈 내고 책 읽는 독서 모임’으로 유명해진 트레바리는 책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다. 1~4월, 5~8월, 9~12월까지 4개월 단위의 멤버십으로 운영되며 이 기간 동안 모임의 멤버는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그 의견을 서로 나누는 활동을 한다. 멤버십 비용을 내더라도 독후감을 쓰지 않으면 모임에 참가할 수 없기 때문에 ‘강제 독서행’이라는 별명도 있다. 트레바리 클럽은 인문, 사회, 취미, 실용까지 대형 서점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 책들을 다루며 유명인들이 운영하는 클럽은 인기가 더 높다. 모임 장소도 압구정, 성수, 안국, 강남 등 본인이 편한 곳으로 이용하면 된다. 비용은 4개월 멤버십 기준 19만 원이다.

문의 070-7799-9708

"취향관"


‘취미 말고 취향’이라는 슬로건 아래 시작한 이곳은 ‘영감이 머무르는 비밀스런 창작의 아지트’를 표방하고 있다. 예술과 창작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흥미로워할 모임들이 많다. 일단 합정동의 2층 양옥집을 개조한 공간부터 과거 프랑스의 살롱을 재현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토론방 뿐만 아니라 작은 상영회나 전시를 열 수 있는 공간과 작업실까지 마련돼 있다. 직장인이라면 ‘당신의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모임을 추천한다. 타인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탐구하고 변화의 계기를 삼을 수 있다. 비용은 3개월 멤버십 기준 35만 원이다.

위치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5길 20

문의 02-332-3138

"최인아책방"


소규모 독서 모임은 동네 서점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선릉역 인근에 있는 북카페 최인아책방은 복층으로 탁 트인 공간에 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책들이 가득 꽂혀 있는 독립 서점이다. 단순히 소설, 에세이, 여행 등으로 나뉜 천편일률적인 목록이 아니라 ‘최인아가 즐겨 읽는 책들’ ‘고민이 깊어지는 마흔 살에게’처럼 서점을 찾은 사람에게 말을 거는 듯한 푯말 들이 있다. 덕분에 따뜻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북토크와 독서모임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책을 쓴 저자를 초빙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저자 깊이 읽기’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참가 비용은 3~5만 원 선이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521

문의 02-2088-7330

"문토"


살롱 문화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소셜 살롱’이라는 명칭을 처음 붙인 곳이기도 하다. ‘질문하고 토론한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문토(munto)’는 요리, 글쓰기, 술, 경제&경영, 영화, 책 등 취향에 따라 모일 수도 있고 요일에 맞춰 모이는 모임도 있다. 토론이나 세미나를 기반으로 한 정기 모임을 기반으로 하지만 모임원들끼리 영화, 공연, 연극, 피크닉을 함께 즐길 수도 있다. 모임은 3개월 동안 격주로 진행된다. 회비는 19~25만 원이다.

위치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7안길 6

문의 070-4793-4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