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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평생 갈 수 없을 것 같은 그곳, 모로코로 떠난 신혼여행기

DB메탈 인사팀 이성재 과장
누군가 말했다. 인생은 여행이라고. 부부는 그 긴 여정을 함께 하는 동반자라고, 그래서 신혼여행은 둘 만의 시작을 축복하는 특별한 추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떠난 우리 부부의 특별한 신혼 여행기를 살짝 공개해 볼까 한다.


결혼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결혼식이 눈 깜짝 할 사이에 끝나고, 마치 보상이라도 구하듯 허겁지겁 비행기에 올라타 넉다운이 되었던 경험을 말이다.


결혼 전 비슷비슷한 경험담을 들은 우리 부부는 평생에 한 번인 신혼여행만큼은 둘만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곳으로 떠나자고 굳게 다짐했었다. 그렇게 고심 끝에 고른 여행지가 바로 두바이와 모로코, 스페인이다. 그 중 모로코는 지금껏 어떤 여행지에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풍경과 분위기를 자아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하산 2세 사원 전경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카사블랑카

우선 모로코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아프리카 북서단에 있는 나라다. 이슬람교를 국교로 한다. 남쪽으로는 사하라 사막이, 북쪽으로는 대서양과 맞닿아 있으며 수도는 라바트다. 사람들이 흔히 기억하는 모로코는 영화 <카사블랑카> 속 모습이 아닐까. 1942년 만들어진 불멸의 명작 <카사블랑카> 때문에 이 곳은 여전히 모로코를 대표하는 도시로 남아 있다(사실 영화는 실제 모로코가 아닌 미국 할리우드 세트장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지리적 위치로 보면 수도인 라바트보다 남쪽에 있으며, 대서양 연안에 자리 잡은 모로코 제 1의 도시다.


▲하산 2세 사원의 웅장한 규모를 보여주는 거대하고 화려한 문


카사블랑카가 모로코 여행의 첫 번째 성지가 된 이유는 단순히 영화뿐만은 아니다. 유럽에서 가까운 지리적 위치와 대서양을 마주 보며 즐기는 망중한,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이슬람 사원인 하산 2세 모스크 등이 있기 때문이다.


현 모로코 국왕의 아버지 이름을 딴 하산 2세 모스크는 1993년에 완공됐다. 모로코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높이 210m의 탑과 2만5천 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사원 내부, 뚜껑이 열리는 지붕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사진에서 보이듯 어마어마한 크기의 문이 사원 전체에 10개 이상은 있었던 것 같다. 저 거대한 문에 새겨진 세밀한 기하학적 문양을 보며 또 한 번 감탄했다. 모로코를 지배하는 종교의 힘, 그리고 이곳이 왜 모로코의 심벌로 떠올랐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아틀라스 산맥과 아이트 벤 하두 전경


<왕좌의 게임>의 성지를 찾다, 와르자자트

아프리카 북서부에는 동서로 길게 뻗은 아틀라스 산맥이 있다. 모로코도 이 산맥의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카사블랑카에서 모로코 남서부에 있는 북사하라 사막을 가기 위해서는 이 산맥을 넘어야 한다. 버스를 타고 7시간 이상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다 보면 모로코 중부에 위치한 도시 와르자자트가 나온다. 이곳에는 마치 요새처럼 생긴 모로코의 전통 거주지가 있다. 건조한 암석 사막 위에 있는 성채 형상의 마을로 ‘아이트 벤 하두’라 부른다. 서부 모로코 건축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보존 상태가 좋아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곳이다.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 영화 <미이라>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우뚝 솟은 지형에 형성된 마을과 이를 휘감고 있는 아틀라스 산맥이 과거 이곳의 위상을 말해주듯 당당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메르주가의 사막 호텔. 녹차라떼 빛깔의 수영장이 인상적이다.


사하라로 이르는 길목에 서다, 메르주가

모로코 내륙 깊숙이 위치한 메르주가는 사하라 사막을 가기 위한 관문이다. 사하라의 아침과 사하라의 밤하늘을 수놓은 수 만 개의 별을 보기 위해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여 드는 곳이 기도 하다. 우리 부부가 모로코를 신혼여행지로 선택한 것도 바로 메르주가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늦은 오후에 호텔에 도착해 꼭두새벽에 떠나는 바람에 호텔에서 머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낙타를 타고 사하라 사막으로!


▲모래산 꼭대기에 도전한다, 파바팟!


고대하던 사하라 사막 투어가 드디어 시작됐다. 사하라 사막 하면 타들어가는 대지의 열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우리는 엄청난 더위를 각오하고 떠났다. 하지만 이게 웬걸. 해가 떨어지자 약간 쌀쌀하다 싶을 정도로 날씨가 선선했다. 아프리카 낙타 등에 올라탄 뒤 사막 한가운데 섰다. 시원한 사막의 바람을 맞으며 광활한 자연을 마주한 그 느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환상적이라는 말 밖에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다. 붉고 고운 모래밭 위를 우리는 맨발로 걷고, 달리며, 온몸으로 굴렀다. 사하라의 석양은 우리 부부의 허니문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모로코 전통 식당 내부


시간이 멈춘 미로 도시, 페스

모로코 중부 내륙에 자리한 고도시 페스는 시간이 멈춘 도시다. 약 9,400여 개에 달하는 골목으로 이루어져 ‘미로 도시’로도 불린다. 덕분에 구시가 메디나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페스에서는 방향 감각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가이드의 도움 없이는 목적지를 찾기 힘들다. 그 정도로 골목이 복잡하다. 미로 같은 골목길과 더불어 페스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테너리(Tennerie)라 불리는 가죽염색 작업장이다. 마치 거대한 팔레트처럼 생긴 이곳은 형형색색 물감이 든 거대한 염색통에 긴 장화를 신은 인부들이 들어가 직접 염색을 한다. 그 장면이 정말 장관이다.


동물의 가죽을 석회 수조에 담가 부드럽게 만든 후 나무껍질, 민트, 인디고, 샤프란 같은 천연 염료로 물을 들이는 방식이다. 테너리에 입장할 때 입구에서 민트 줄기를 하나씩 주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악취’ 때문이다. 테너리에서는 염색이 잘 되도록 비둘기, 염소 등의 배설물을 섞는데 덕분에 작업장 전체에 엄청난 악취가 진동한다. 이 때 입구에서 나눠 준 민트 줄기로 코를 막으면 어느 덧 후각이 마비돼 악취에 적응하게 된다.


▲페스의 염색공장 테너리


모로코는 아프리카와 유럽, 아랍의 문화와 풍경이 한데 뒤섞인 오묘한 곳이다. 그래서일까. 모로코에서 보낸 6일 간의 여정을 돌이켜보면 마치 꿈을 꾼 듯한 느낌이다. 탕헤르 항구를 떠나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면서 돌아본 모로코의 풍경은 우리 부부의 신혼여행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뚜렷하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