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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차도 공유하는 시대

글_ 박진아 (IT/디자인 칼럼니스트 겸 미술평론가)
최근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 임박 소식으로 ‘공유경제’가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공유경제는 과연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일까. 요즘 뜨고 있는 공유경제 사례와 그 전망에 대해 알아 본다.


지난 11월 23일 택시기사 4만여 명이 IT업체 카카오가 추진 중인 '카풀' 승차공유 서비스 허가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른바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대표적 사례인 승차 공유 서비스는 첨단 디지털 기술에 의존한 일명 '4차 산업'으로의 혁신 과정 중 하나다. 이 서비스는 도입 과정에서 택시운전기사들의 생존은 물론 택시운송업이라는 기존 사업 모델을 뿌리채 뒤흔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한국의 카카오 카풀, 미국의 우버(Uber)와 리프트(Lyft), 동남아시아의 그랩(Grab) 등이 있다.



‘카풀’이 쏘아 올린 공유경제라는 화두


그렇다면 '공유경제'란 진정 공유를 뜻하는가 아니면 기성 비즈니스 모형을 파괴하는 위협 세력인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변화와 혁신을 자극한다. 일각에선 언뜻 사회적 공익을 앞세운 공동체 지향적 인상을 주는 '공유 경제'가 실은 O2O 사업자와 참여자를 내세운 대기업 위주의 IT사업이자 시장 독점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숙소, 교통수단, 용역 서비스 등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기반 중재 서비스 플랫폼은 미국 시장에서는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법규가 엄격한 유럽에서는 노동착취와 납세와 관련된 쟁점을 해결하지 못해 정식 사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공유경제의 오랜 역사


세상 이치가 그러하듯 인간 세상에서 공짜란 없다. 공유의 주체와 객체 사이에는 어떤 형태로든 공존·공유 원칙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공유경제'는 여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재래장터 공간과 다름없는, 말 그대로 시장(market)이다. 다만 기존의 물리적인 한계에서 벗어나서 24시간 편재하는(ubiquitous) 디지털 환경에서 벌어진다는 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돌이켜 보면 공유경제 개념은 최근 들어 별안간 하늘에서 떨어진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책에서 썼듯, 인류는 필요할 때마다 서로의 재화나 노동력을 매개로 협동한 결과 오늘날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정상을 차지한 협력의 동물이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농촌 일손이 바쁠 때 품앗이로 노동력을 교환했듯, 세계 인류는 예로부터 식량(사냥, 채집, 농사), 육아, 거주, 전쟁 등에 필요한 노동력을 분업과 조직을 통해서 해결했으니 말이다.



새로운 경제 모델의 가능성을 제시하다


달리보면 공유경제는 위기의 순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2008~2009년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중동발 금융위기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직후 혜성처럼 등장한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는 융자 때문에 자기 집을 포기해야 했을 수많은 주택 소유주들에게 새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부수입 창출 기회를 줬다. 또 미국에서 성황리에 이용되고 있는 온라인 용역 플랫폼 태스크래빗(TaskRabbit)은 지역 이웃들끼리 청소, 가사, 육아, 배달, 정원 가꾸기, 요리, 집 개조 같은 시간별 용역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중재해준다.


▲ 에어비앤비(Airbnb) 숙박 공유 플랫폼은 최근 전세계 대도시 현지 호스트가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체험(Airbnb Experiences)' 서비스를 론칭했다.


세제적 회계법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 가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유경제에 대한 일반 대중의 소비 트렌드는 앞으로 더욱 왕성해질 태세다. 젊은 세대일수록 굳이 사물을 소유하지 않아도 다양한 인생 경험과 물적 사치를 누릴 수 있다는 개방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미국인 절반은 공유경제를 인식하고 있고, 20%는 공유경제에 실제 참여하고 있으며, 70% 이상은 향후 각종 공유 서비스 플랫폼을 일상 속에서 사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수준 높은 공유경제, 소비자에 달렸다


한 통계에 따르면 이미 에어비앤비의 투숙객 예약률은 전세계 힐튼호텔 체인 보다 22% 많다. 우버나 집카(Zipcar)는 차주가 주차장에서 놀고 있는 자동차를 대여해 주거나 대리운전을 해주고 부수입을 올릴 수 있게 해준다. 값비싼 패션 아이템과 소비품은 비싼 돈 주고 살 필요 없이 포시마크(Poshmark)를 통해서 대여비 4달러만 내고 빌려 쓴 후 돌려주면 된다. 각종 미디어 오락물과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무료나 저가에 즐길 수 있다. 물론 공유경제가 지속적으로 보편화 되면서 플랫폼 업체-서비스 제공자-서비스 소비자 간의 신뢰관계가 더 공고해져 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는 지명도가 높은 소수의 플랫폼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급 IT 공룡 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위험도 내재돼 있는 셈이다. 소비자의 선별력 있고 책임감 있는 인터넷 플랫폼 선택과 소비문화가 더욱 절실한 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