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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가 말하는, '젊은 꼰대'

칼럼니스트 겸 방송인 유인경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청바지 꼰대' 경계령이 떨어졌다! 나이 든 꼰대보다 더 무섭다는 젊은 꼰대.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으로부터 '꼰대'로 낙인찍힌다. 그 이유는 당신이 무심코 던지는 한 마디, 사소한 태도 때문이다.


젊다고 안심하지 마세요


꼰대는 ‘늙은이’를 뜻하는 은어다. 원래 교사나 아버지를 가리켜 청소년들이 주로 쓰던 말이다. 최근에는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상사나 선배를 통칭하는 말로 그 의미가 넓어졌다. 소통이 안 되고 수시로 갑질을 일삼는 ‘꼰대’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꼰대임을 모른다는 것이다. 요즘 꼰대 가운데 가장 무서운 이들이 젊꼰(젊은 꼰대), 청꼰(청바지를 입은 꼰대)이다. 나이도 젊고 SNS에 능숙한 밀레니엄 세대지만 정작 의식이나 정서, 행동은 전형적인 꼰대의 형태를 보이는 이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며 간섭과 지적, 충고를 일삼으면서 권위와 서열을 강조하는 꼰대 행태를 답습한다.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은 이들은 “혹시 사람들이 나를 꼰대라고 기피하지 않을까” “이런 말을 하면 꼰대 소리를 듣는 게 아닐까” 자기검열을 한다. 상대 역시 불가피한 상황을 가정해 최대한 말이나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하지만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된다. 바로 젊은 꼰대다.


▲ 얼마전 종영한 KBS드라마 ‘라디오 로맨스’의 진태리(왼쪽)는 자신에게 먼저 인사를 하지 않은 후배를 기어이 찾아가 

‘꼰대질’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KBS TV화면 캡처


‘젊꼰’이 조직을 망친다?


사실 청바지 꼰대는 오래전에도 존재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기강을 잡고 억지로 술을 먹이는 선배는 복학생이거나 고학년 선배가 아니라 바로 2학년 선배다. 회사에서도 신입사원, 혹은 막 부서를 옮긴 신참들에게 훈육주임을 자처하는 이들 역시 2,3년차 선배들이다. 얼마 전 한 드라마에서 방영된 장면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드라마 속에 등장한 20대 후반의 한 회사원이 어느 날 직장 내 후배를 찾아가 이렇게 쏘아붙인다. “선배를 보고도 인사를 안 해서 내가 인사 받으러 왔어. 너 안면인식장애 있니?”


청바지 꼰대들은 개인이나 회사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 7월 실시한 기업문화 진단에서도 겉모습은 청년이지만 사고와 행동이 구태의연한 청바지 꼰대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젊은 꼰대의 사고방식이나 업무방식이 조직의 성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꼰대들도 할 말이 있다!?


물론 자신이 꼰대임을 의식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지만 젊은 꼰대로 불리는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저도 후배에게 지적이나 잔소리하기 싫습니다. 입 다물면 저도 편하죠. 그런데 잘못하거나 물정을 모르고 자꾸 실수하는 후배를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도 일종의 직무유기 아닐까요. 당장은 제 말이 기분 나쁘게 들리겠지만 다 잘되라고 하는 말이거든요. 제가 먼저 분위기 잡고 후배를 나무라야 상사들이 가만히 계시니까요. 이를테면 제가 악역을 담당하는 거죠. 우리 때는 선배들 충고를 입에 쓴 보약처럼 받아들였는데 요즘 애들은 너무 이기적이고 개인적이에요. 눈꼽만큼의 조언도 안 들으려고 한다니까요.”


“요즘 애들은 다 자기만 잘난 줄 알아요. 업무 노하우건 부서 분위기건 직속 선배인 저한테 물어보거나 상의하면 쉽게 해결될 일을 저 혼자 해결하겠다며 낑낑거리곤 하죠 일이 많은데 얼마나 시간 낭비, 에너지 소모입니까. 참다못해 내가 왜 시키는 대로 안 하냐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 방식대로 해봐야 실력이 늘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불과 몇 년 사이인데 너무 세대 차이를 느낍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기


살아 있고 아름다운 것은 모두 부드럽고 유연하다. 죽어가는 것들은 딱딱하고 경직되어 있다. 정해진 틀이나 규칙을 깨려는 후배들이 답답하고 불편한가? 물론 선의를 바탕으로 최소한의 조언만 하는 괜찮은 상사, 선배들도 많다. 하지만 좋은 선배와 꼰대를 가르는 기준은 한 끗 차이다. 지금이라도 “내가 하는 말이 진짜 후배나 조직을 위한 것일까” “상대방은 이 말을 듣고 어떤 마음이 들까”만 매일 한번 스스로 점검해 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2018년, 100세 시대다. 아직 30대밖에 되지 않았는데, 겉모습은 청춘이지만 속은 ‘꼰대’가 되어 남은 70년을 딱딱하게 굳은 꼰대의 틀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