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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는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을까

글 ㅣ 장준우 셰프
피자는 파스타와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요리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파스타는 집에서, 피자는 밖에서 먹는 음식으로 통한다. 파스타는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지만 피자는 커다란 화덕이 있어야만 제대로 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칠리아에서 맛본 호사



시칠리아 주방에서의 생활은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식재료가 차고 넘치는 주방에서 배고픔이라니.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우선 밥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일정치 않았다. 밥을 먹고 저녁에 일을 해야 하는데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했는데, 낮 시간에 일하는 동료 옆에서 내가 먹을 밥을 준비하는 것이 꽤나 눈치가 보였다.그게 아니면 나가서 사 먹어야 했는데 낮 시간 식당들은 오후 1시 반이면 칼 같이 문을 닫아서 매번 시간을 놓치기 일쑤였다. 바르(Bar)에 가서 튀긴 주먹밥 '아란치니'를 먹는 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렇게 4개월쯤 지났을까. 한국에서 가져 온 청바지는 허리춤에 주먹 두 개가 들어갈 정도로 헐거워져 있었다. 그래도 가끔은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밤늦게 갈 수 있는 곳 중에 야식을 파는 곳이 있었다. 요리를 직접 하다 보니 내가 만들 수 있을 법한 음식을 비싸게 먹는 게 마뜩잖았는데 피자는 달랐다. 고단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피자는 저렴하고 푸짐한 데다 맛도 좋은 완벽한 외식 메뉴였다.일이 끝나고 찾은 피자 가게에는 야식을 먹으러 온 사람들로 늦은 시간임에도 늘 붐볐다. 재미있는 건 꼭 사람 수 대로 피자 한 판을 주문한다는 점이다. 적지 않은 양의 피자를 거의 남기지 않고 비우는 광경을 보고 새삼 이탈리아라는 게 실감이 났다.


피자의 본고장



피자는 밀가루로 만든 반죽 위에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다양한 재료를 올린 후 구워 만드는 음식이다. 이탈리아 중에서도 특히 나폴리가 진정한 피자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피자의 원조는 나폴리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빵에 재료를 올려놓고 먹는 음식은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절부터 존재했다. 먼 곳으로 원정을 떠나는 이들, 특히 군인에게 빵은 접시 대용으로 사용됐다. 물론 그 음식을 두고 피자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목할 만 건 빵에 음식을 올려 먹는다는 개념은 피자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이탈리아에서 피자에 대한 기록으로 가장 오래된 건 10세기에 쓰인 문서다. 당시의 한 임대계약서에는 "매년 임대료로 피자 열두 판과 돼지고기 어깨살과 콩팥을 지불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외양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당시의 피자는 오늘날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후 16세기에 다시 등장하는 피자는 버터와 설탕을 바른, 일종의 후식용 과자나 케이크의 형태에 가까웠던 것으로 전해진다.일반적으로 나폴리식 피자라고 하면 동그란 빵에 토마토 소스와 치즈를 얹은 형태를 이야기한다. 신대륙에서 건너온 토마토가 이탈리아에서 식재료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에서 18세기 무렵이다. 적어도 확실한 건 우리에게 익숙한 피자의 형태는 이 시기 이후에 생겨났다는 점이다. 19세기 기록을 보면 피자는 지금처럼 식당에서 앉아서 먹는 음식이 아닌 길거리 음식이었다. 피자를 만드는 사람, 피자이올로들이 구운 피자는 곧바로 바구니에 담겼다. 피자가 담긴 큰 쟁반을 놓고 사람들에게 팔았다고 하는데, 이는 어딘지 모르게 우리에게도 익숙한 모습이다. 당시의 피자는 빈곤한 사람, 부랑자, 바쁜 이들을 위한 음식이었다. 오늘날처럼 토핑 재료들이 호사스럽지 않고 소박했다. 대부분 토마토 소스에 오레가노, 후추, 마늘이 전부였다. 보잘 것 없는 재료들로 만든 피자지만 배고픈 이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엔 그만이었다.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다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의 D.O.C 피자(살바토레 쿠오모 홈페이지)


나폴리의 길거리 음식에 불과했던 피자가 어떻게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글로벌 음식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피자의 운명은 대서양을 건너가면서부터 급변했다. 극심한 가난을 겪은 남부 이탈리아인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민했는데 여기에는 나폴리 출신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새로운 터전에 자리 잡은 이들에게 피자는 일종의 소울푸드였다. 1905년 미국에서 처음 피자 체인점이 등장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피자는 그리 대중적인 음식은 아니었다. 2차대전 이후 이탈리아에 다녀온 군인들에게 추억의 음식이 된 피자는 1958년 피자헛의 등장과 함께 미국 외식업의 주류로 급성장했다.미국이 강대해지면서 피자도 함께 전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떨쳤다. 미국식 피자가 성행하자 위기감을 느낀 이탈리아에서는 나폴리식 피자를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1984년 설립된 나폴리피자협회는 전통 방식대로 피자를 만드는 곳에 한해 '정통 나폴리 피자'라는 인증을 준다.조건이 꽤 까다로운데 피자는 지름 30~35센티미터의 원형이어야 하고 테두리는 타지 않아야 한다. 도우는 부드러우면서 탄성이 있어야 한다. 반죽은 물 1리터 기준 소금 50~55g, 효모 3g 밀가루 1.7~1.8kg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만든 반죽은 반드시 손으로 만들어야 하고 25도에서 6시간 동안 숙성해야 한다. 재료는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모차렐라 치즈를 사용해야 하며 430~480도 되는 화덕 오븐에서 60~90초 정도로 구워야 정통 나폴리식 피자라고 할 수 있다.


맛있는 피자의 기준



국내에도 이런 인증을 받은 곳이 있다. 헷갈리지 말아야 할 건 '전통 나폴리식 피자 인증'이 곧 '맛'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반죽하는 시간, 재료의 상태 등에 따라 맛은 얼마든지 달라진다. 인증은 단지 한 가지 방식으로 만든 한 가지 맛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의 가치를 지킨다는, 존중의 의미가 담겨있다. 이탈리아에 가보면 둥그런 피자도, 네모난 피자도 있다. 꼭 나폴리 방식이 아니어도 어떤가. 좋은 재료를 사용해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든다는 가치, 그리고 그렇게 정성이 담긴 음식으로 배고픔을 잊고 다시 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그것이야 말로 모든 음식이 지녀야 할 가치가 아닐까.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이탈리아 피자 맛집]


더 키친 살바토에 쿠오모

나폴리 피자 장인 한국 선수권 대회에서 2등을 수상했다.

주소 : 서울 강남구 언주로164길 29

대표메뉴 : D.O.C 피자, 지오반니 피자

전화번호 : 02-548-0283


팔로 피자

정통 나폴리 피자 인증을 받은 피자집. 일반 화덕이 아닌 나폴리 장인이 만든 화덕으로 피자의 맛을 냈다.

주소 : 서울 마포구 양화로6길 9-20 카메오빌딩 1층

대표메뉴 :마르게리따 피자, 콰트로포르마지 피자

전전화번호 :02-324-8588


빠넬로

정통 나폴리 피자 인증을 받은 피자집. 특히 마르게리타 피자 위에 참치를 올려 구운, 이태리 남부 피자인 마르게리타 톤노가 인기있다.

주소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5길 29

대표메뉴 : 살라메피칸테, 마르게리타 톤노

화번호 : 02-322-0920


핏젯리아 오

루꼴라와 리코타 치즈가 들어간 오핏자가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로, 가장 인기가 많다.

주소 : 서울 종로구 동숭길 48

대표메뉴 : 오핏자, 스텔라핏자, 랍스타핏자

전화번호 : 02-3673-5005


선데이피자

‘만들 수 있는 재료는 모두 직접 만든다’는 모토로 소금부터 구워서 쓰는 테이크아웃 전문점. 특히 질 좋은 소시지가 듬뿍 올라간 이탈리안소시지 피자가 인기다.

주소 : 서울시 송파구 잠실본동 321-10

대표메뉴 : 이탈리안소시지피자, 버섯피자

전화번호 :02-422-1573